[시동 꺼! 반칙운전/3부]이봉주 “운전과 마라톤 닮은점은 무사 완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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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마라토너 이봉주가 본 교통문화

국민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손기정기념재단 이사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앞 도로에서 ‘조급한 반칙운전은 안 된다’는 뜻에서 두 팔로 ×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손기정기념재단 이사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앞 도로에서 ‘조급한 반칙운전은 안 된다’는 뜻에서 두 팔로 ×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운전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과 닮았어요. 빨리 달리는 것보다 무사히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국민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손기정기념재단 이사(43)는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운전과 마라톤의 공통점이 ‘기다림’이라고 강조했다.

“마라톤을 하다보면 인내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참고 기다리면 어느새 결승점이 다가오죠.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몸에 이상이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해요. 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에 빨리 못 간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죠.”

국민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씨의 친필 사인.
국민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씨의 친필 사인.
이 이사는 외국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증을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거나 전지훈련을 위해 방문한 나라 중에 일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인은 규칙을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차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였다.

“외국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을 때 교통통제를 한다고 항의했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짜증내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럴 때면 달리는 선수들의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아쉬웠어요.”

이 이사는 1994년 운전을 시작했다. 그는 거리를 달릴 때마다 육상 트랙이 생각난다고 했다. “마라톤이나 운전이나 정해진 길로 가야 합니다. 마라톤은 트랙 없이 달리지만 이 역시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죠. ‘칼치기’하듯 들어오는 차들은 육상 경기로 보면 ‘진로 방해’죠. 또 마라톤에서도 상대방의 조그마한 잘못에 아주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는데 도로에서도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죠.”

이 이사는 초등학교 3, 4학년 아들 둘을 둔 아버지다. 최근 잇따르는 어린이 교통사고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시기여서 가능한 한 직접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줍니다. 아내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나가는데 일부 승용차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건널목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고 하더군요. 스쿨존 과속 운전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이사는 200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자다. 그는 “4월 15일 이 대회 골인 지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이 컸다”며 “테러로 희생된 이들도 안타깝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반칙운전으로 도로에서 희생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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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운전#이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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