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진국에서 배운다]<1>조선 강국 한국, 해상발사가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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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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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로켓 싣고 바다에서 발사” 한국, 우주의 문 여는 열쇠 찾다
美 롱비치 ‘시론치’ 현장 가보니

적도 인근 해상에서 시론치용으로 변형된 ‘제니트-3SL’이 해상 발사대를 박차고 올라가고 있다. 시론치 제공
적도 인근 해상에서 시론치용으로 변형된 ‘제니트-3SL’이 해상 발사대를 박차고 올라가고 있다. 시론치 제공
《 세계 각국이 우주기술 경쟁을 넘어 우주 비즈니스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국 로켓의 효율을 높이는 한편 다른 나라의 위성을 발사해주는 서비스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일본 유럽 우크라이나 등 신·구 우주 선진국의 발전 전략을 통해 한국형발사체 개발과 위성 개발 전략 등 한국 우주기술의 경쟁력을 키울 시사점을 찾아본다.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롱비치 항구. 초대형 컨테이너선 두세 척이 정박한 항구 한쪽에 초대형 여객선 한 척이 떠 있다. 배 표면에는 ‘SEA LAUNCH(시론치)’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이곳은 바다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해상 발사, 즉 시론치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해상 발사 시스템을 갖춘 이곳을 지난달 20일 찾았다.

○ 35차례 쏘아올려 31차례 성공

“이 배 아래에 로켓을 싣고 발사 장소인 하와이 남쪽 적도까지 항해합니다. 여기서 발사 지점까지는 11일쯤 걸립니다.”

존 리드먼 시론치 수석매니저가 배에 오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여객선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로켓 발사를 지휘하는 관제실이 있다. 이 배가 발사 지휘선인 셈이다. 발사 한 번에 필요한 기술진은 최소 240명. 이들의 개인 숙소와 긴 항해에 대비한 체력단련실도 갖췄다.

리드먼 수석매니저가 지휘선 옆에 정박한 또 다른 선박으로 데려갔다. 검은색 기둥 여러 개가 다리처럼 바다로 내리뻗은 모양새가 원유 시추선을 닮았다. 10층 높이의 선박 꼭대기에 다다르자 평평한 갑판이 나왔다. 그는 “발사 지점에 도착하면 지휘선에 실려 있던 로켓을 이 배로 옮겨 발사대에 세운다”며 “이 배가 시론치 발사장”이라고 말했다.

시론치는 1999년 처음 시험발사에 나선 뒤 지금까지 로켓을 35차례 쏘아 올렸다. 그 가운데 31번을 성공시켜 발사 성공률이 90%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06년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를 시론치로 쏘아 올렸다.

○ 조선+우주 기술…한국에 좋은 모델

바다 한가운데에서 로켓을 쏘아 올린다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는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시작됐다. 이론적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한 최적의 장소는 적도. 적도에서 로켓을 쏘면 로켓이 우주로 올라갈 때 지구 자전으로 생기는 회전력이 추가되기 때문에 더 적은 연료로 더 큰 위성을 올릴 수 있어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시론치는 발사장을 배로 대체해 적도 발사를 가능케 했다. 존 수석매니저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할 때보다 연료가 6kg가량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시론치는 자국의 안보와 밀접히 연관된 탓에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우주 산업계의 불문율도 깨뜨렸다. 우크라이나는 제니트 로켓을 시론치용으로 변형해 ‘제니트-3SL’을 제작해 제공했다. 제니트-3SL은 길이 약 60m의 3단 로켓으로 나로호처럼 케로신(등유)을 연료로 쓴다. 제니트-3SL을 장착할 발사대는 러시아 최대의 우주기업인 에네르기아가 맡고,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보잉은 마케팅과 시스템을, 노르웨이는 선박 두 척을 제작했다.

시론치 발사 운영 책임자인 대니얼 덥스 씨는 “발사 경험이 풍부한 러시아와 치밀하고 분석적인 미국의 노하우가 합쳐져 시론치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시론치는 조선기술과 우주기술을 융합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리드먼 수석매니저는 “한국은 최근 나로호를 성공시키며 로켓 발사 능력을 입증했다”면서 “한국의 조선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시론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롱비치=이현경 채널A 기자 uneasy75@donga.com
#우주#로켓#시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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