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사]희미해지는 ‘우리의 소원’… 20대 33% “통일 절대 안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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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일에 대한 인식

동아일보가 창간 93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통일의식 조사에서 20대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에 대한 기대치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 전문가들은 “실용적인 사고의 20대는 낭만주의적인 통일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통일이 가져올 구체적 유용성은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반도 주변 열강 중 통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나라로 중국을 꼽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또 중국이 통일보다 남북분단의 현상 유지를 원할 것이란 답변도 가장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외교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20∼30대의 통일 회의론에 대한 대책 시급


국민들의 통일 시기 전망은 △성별 △거주지역 △소득수준 등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통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보수 성향의 응답자(32.5%)가 중도(25.0%), 진보(25.2%)보다 다소 많았다. 그러나 연령대별로는 차이가 적지 않았다. 20대 청년층에서 통일전망에 대해 부정적 답변이 많이 나왔다. 20대 응답자의 33.4%는 ‘절대 통일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통일 후 국력 약화’ 답변도 34.1%로 평균치(27.0%)를 크게 웃돌았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20대가 통일에 부정적으로 답한 것은 비용보다 편익이 많다는 사실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감성뿐 아니라 이성적으로도 통일에 수긍할 수 있도록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통일비용부담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54.7%는 통일비용에 대해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없다’(41.3%)는 대답보다 많았다. 하지만 성별로는 여성 응답자의 49.1%가 ‘통일비용 부담 의사가 없다’고 답해 ‘있다’(44.8%)보다 많았다. 세대별로는 30대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6%가 ‘통일비용 부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 통일비용 부담의사 ‘월 1만∼5만 원’ 가장 많아

부담 용의가 있는 통일준비비용 수준은 ‘매달 1만∼5만 원’이라는 대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5만∼10만 원’이 16.0%, ‘5000∼1만 원’은 13.2%로 뒤를 이었다. 국민 5000만 명이 매달 1만∼5만 원씩 낼 경우 이를 연간으로 합산하면 6조∼3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정부가 추산한 통일비용보다 많이 부족한 액수다.

통일부가 2011년 실시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20년 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때 첫 해에만 통일비용으로 최소 55조9000억 원, 최대 277조9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부담하겠다는 금액보다 9∼46배나 많은 액수로 향후 통일재원 마련에 적지 않은 마찰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당국자는 “통일비용에는 국가재건을 위한 인프라 비용이 포함돼 있다. 한번 투자되면 장기간 사용되면서 투자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혜택은 적고 비용만 많이 든다는 식의 국민 거부감을 불식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향후 도발전망에 대해서도 20대 응답자는 다른 세대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30.6%에 그친 반면 ‘무력시위’(28.8%)와 ‘국지도발’(33.9%) 등을 예상한 비율이 62.7%에 달했다. 이는 30∼60대의 무력시위·국지도발 가능성을 응답한 비율이 40.2∼55.4%에 그친 것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특히 20대 남성은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28.0%에 머물러 전체 성별·연령별 응답군 가운데 가장 낮은 답변율을 보였다. 6·25전쟁 등 북한의 직접적 도발을 경험한 일이 없었던 젊은 세대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직접 목격하면서 대북 위협 의식이 매우 현실적으로 변모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 한반도 통일 위해 대중외교 힘써야

앞으로 통일을 위해 중국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필요성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통일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국가를 묻는 질문에 ‘중국’(59.4%)이라는 응답이 미국(25.3%)이나 일본(7.6%)이라는 응답보다 월등히 많았다. 우방국인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중국을 움직여야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응답자의 59.6%는 ‘중국은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아닌 현재의 분단상황을 유지하기 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중심의 통일을 원할 것’이라는 답변도 26.2%에 달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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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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