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보선 출마]딱 100일만에… 安 ‘태풍의 눈’으로 컴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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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조직법 불통 정국에 조기등판… 정가 ‘신당창당 빅뱅’ 긴장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미국으로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미국으로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3일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23일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지 100일 만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안철수 바람’이 정치권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게 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는 선거이자 서울이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필사적으로 나설 개연성이 크다.

○ 정치권이 열어 준 ‘틈’

정치권에선 ‘기성 정치권’이 안 전 교수의 재등판을 불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1주일이 지났음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 ‘불통’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여권에선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강타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주목받지 못할 수 있고, 정국의 축이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돌아갈 개연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안 전 교수에게 활로를 열어 줬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전혀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5월 4일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내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안 전 교수와의 연대, 협력 수위를 놓고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혀 온 상황에서 안 전 교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거리를 두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일 개연성이 높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정비를 잘해서 수권정당,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 줬다면 안 전 교수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교수 측 인사들은 안 전 교수의 직접 출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4년 뒤 대선을 차분히 준비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과 계속 정치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본격적인 행보를 하는 게 좋다는 조기 대응론이 맞섰다는 것. 안 전 교수 측에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빨라도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둔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2월 14일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안 전 교수가 등판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의 한 측근은 안 전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노원병에 출마하고 싶다”고 했지만 안 전 교수는 “송 의원 등과 상의해 보라”는 취지의 답신을 했다고 한다. 안 전 교수가 노 대표의 의원직 상실 직후부터 직접 출마를 검토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 활동 재개를 앞두고 안 전 교수의 정치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안 전 교수는 3일 오전 언론에서 자신의 귀국 날짜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송 의원을 통해 귀국 날짜, 재·보선 출마 계획까지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이전에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과 숨바꼭질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안 전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기성 정치권의 장벽에 부닥쳤던 만큼 4월 재·보선을 계기로 신당 창당 등 정치 세력화를 본격화할 개연성이 크다. 캠프 상황실장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공감한다”고 했다.

○ 왜 부산이 아닌 서울 노원병?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안 전 교수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고향이면서 적진에 속해 있는 부산 영도에서 출마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세가 강한 노원병 출마는 정계 복귀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한 비례대표 의원은 “안 전 교수가 부산 영도에 나왔으면 확실하게 문재인을 대신할 야권 전체의 차기 지도자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교수의 한 측근은 “수도권이 중요하지 않나. 또 ‘PK(부산·경남) 주자론’은 이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가 써먹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환영한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이 힘을 합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노 대표의 부인을 출마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진보정의당이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변수다. 송 의원은 안 전 교수의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안 전 교수가 낮 12시경 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출마에 대해 노 대표의 양해를 구했다는 식의 언급을 했지만 이정미 대변인은 “노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의원직 상실에 대한 위로의 말만 오갔을 뿐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잘랐다.

민동용·이남희 기자 mindy@donga.com
#안철수#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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