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토크’를 파는 TV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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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예능프로서 “죽고 싶었다” “자살 시도했다”
관심끌려 자극적 경험담… “청소년에 큰 악영향” 지적

“죽고 싶었어요. 약을 한 주먹 쥐어 입에 털어넣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어요.”

상담소를 찾은 우울증 환자가 아니다. 인기 아이돌 ‘원더걸스’의 멤버 선예(24)가 한 TV예능프로그램에서 밝힌 경험담이다. 고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 씨(40)가 목을 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방송연예계 ‘자살 토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의 감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이 자살 시도 경험을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활용하거나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자살 충동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면서 사회 전반에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성이 심화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년 내내 TV나 인터넷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들의 자살 충동 고백, 자살 시도 경험이 소개됐다. 지난해 2월 ‘빅뱅’의 대성(24)은 SBS ‘힐링캠프’에서 “교통 사망 사고 연루 후 안 좋은 생각(자살)을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탤런트 양동근(34)도 SBS ‘강심장’에 나와 “사회 부적응으로 죽으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티아라’의 보람, ‘GOD’ 출신 손호영, 가수 전혜빈 박지윤 등이 자신의 자살 충동이나 경험담을 공개했다.

젊은 스타뿐만이 아니다. 탤런트 박근형(73)도 지난해 10월 KBS ‘승승장구’에 나와 “죽어 없어져야겠다고 생각해 말라리아 치료약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개그우먼 이성미(54)도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서 “죽으려고 수면제 70알을 먹었다”라고 밝혔다. 남녀노소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살담’을 팔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이야기 소재가 너무 많다 보니 연예인들은 자신밖에 모르는 사생활을 공개해서라도 주목을 끌려 한다”라며 “가장 자극적인 사생활인 자살담이 ‘킬러 콘텐츠’가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률을 위해 제작진이 출연자들의 사생활 공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자살 토크가 크게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예인의 자살 경험담은 자살을 미화할 수 있는 데다 현실 도피 수단으로 자살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청소년이 연예인 자살 발언에 큰 영향을 받는다. 과도한 자살 공론화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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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정건희 인턴기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연예인#자살시도#청소년#악영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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