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베이징 北공작원 찾아가 “간첩 시켜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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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 50대 남성 구속, 5년 전 접촉… 간첩교육 자청
공작원 체류비도 직접 부담 초소CCTV 위치 등 기밀 넘겨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북한 공작원을 스스로 찾아가 공작교육을 받은 뒤 북한에 군사기밀 등을 넘긴 ‘자발적 간첩’이 최근 공안당국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박용기)에 따르면 50대의 장모 씨는 북한의 지령이나 포섭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간첩이 되기를 자청해 북한에 기밀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부터 북한에 기밀을 넘긴 장 씨는 자신의 활동이 ‘통일사업’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없던 장 씨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남북경협 담당자들에게 대남 공작원을 연결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만난 북한 공작원에게서 장 씨는 사상학습을 받고 충성맹세문을 작성하는 등 ‘속성 간첩교육’을 받았다. 장 씨는 이때 건네받은 암호문을 토대로 귀국 후 직접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남측 동향을 보고하다가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통상 간첩이 되는 경우는 △북한에서 보낸 대남 공작요원이 친인척을 포섭하거나 △국내 주사파를 토대로 친북 세력을 양성하는 방법 △북한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포섭하는 방법 등 3가지가 대부분인데, 장 씨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날 때 이 공작원의 체류비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 씨가 북한에 넘긴 군사기밀 중에는 한국군 전방부대의 대북 감시동향 등 민감한 정보도 다수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동해 전방부대 해안초소의 감시카메라 성능과 제원, 설치장소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2007년부터 ‘해안 군 경계철책 개선사업’에 따라 동해안에 있는 군 철조망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있어 감시카메라는 해안 경계의 핵심 장비다.

장 씨는 자신과 내연관계이던 유모 씨(구속)의 오빠가 이 부대에 감시카메라를 납품한 사실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빼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장 씨는 국가보안법 4조(목적 수행)와 9조(편의 제공)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한민족○○○○’라는 유사 민족종교를 창시해 자신이 총재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개천절 때는 각종 단체와 함께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장 씨가 ‘자기 과시욕’에 빠져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활동 내용과 연계 세력을 찾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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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군사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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