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전히 종북에 끌려다니는 통진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 김재연 두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의원이 각각 6명으로 나뉜 가운데 중립 성향인 김제남 의원이 기권함으로써 제명안이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신당권파가 혁신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아직도 통진당이 국민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구당권파에 끌려다니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진당의 4·11총선 비례대표 경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정투성이였다. 통진당은 두 차례의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고 결론 내렸다. 좌우를 떠나 이 정도의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당의 존립을 뒤흔드는 일이다. 통진당은 지도부를 교체하고 부정 경선에 관련된 모든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자진 사퇴를 권고하며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사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제명도 의결했다. 그러나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은 국회의원이란 신분 때문에 결국 제명에서 제외됐다. 구당권파와 두 의원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지만 통진당으로서는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는 신당권파의 리더십 부재를 보여준다. 두 의원 제명안 처리를 위한 의원총회는 구당권파의 반발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그제 9시간 동안 열린 중앙위는 구당권파의 방해로 정회를 반복하다 끝내 아무런 안건도 정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신당권파가 민주노동당에 이어 통진당마저 종북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구당권파의 위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당을 개조하겠다는 다짐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은 종북 논란은 차치하고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더구나 이 의원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선거홍보비 부풀리기로 국고 사기 행각을 벌인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국회 개원 협상 때 약속한 대로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서둘러 국회에서 제명시키는 것이 옳다.
#통합진보당#종북#이석기#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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