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11>교육감 직선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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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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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정치화… 선거비리 만연” vs “교육자치 실현할 기본 뼈대”

《 지방교육자치법이 2006년 12월 개정되면서 교육감 선출 방식은 학교운영위원의 간선제에서 지역 주민의 직선제로 바뀌었다. 교육감 임기가 먼저 끝난 부산(2007년) 서울 충남 전북(2008년) 경기(2009년)에서 순차적으로 직선제가 시행된 뒤 2010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16개 시도의 교육감이 모두 직선제로 선출됐다.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유권자는 후보자의 교육 공약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뜻에 맞는 후보를 고르기 위해서다. 교육감도 정부의 일방적인 관리 감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교육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간선제 아래서 끊이지 않았던 선거 및 인사 비리가 직선제 아래서 근절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많다. 전문가들에게 교육감 직선제의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
■ 이래서 폐지해야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의 근거는 명확하다. 교단이 정치화되고, 선거 비리가 만연해 교육계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이 3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23.5%만이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2006년 같은 조사에서는 95%가 직선제에 찬성했다. 지난해 8월 리얼미터가 일반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선제 폐지 의견(45%)이 유지(28%)보다 많았다. 폐지론자들은 다음 선거부터 바로 없애기 어렵다면 일단 존폐 논의부터 공론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교육의 중립성과 상극인 선거

교육감 직선제는 태생부터 모순적이었다는 비판이 많다. 헌법은 교육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데 반해 교육감 선거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 공직선거법에 의해 치러지기 때문이다.

교육감 피선거권자인 교원은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어 공직선거법에서는 무소속 후보처럼 취급된다. 바로 이러한 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2009년 충남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권혁운 순천향대 교수는 “정치인은 공천을 받으면 정당에서 돈과 조직을 지원받지만 교육감 후보는 그럴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몰래 개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권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기획국장도 “직선제는 선거 비용이 많이 들고 조직력이 필요하다. 평소 교육에 매진한 인물보다는 정치력을 쌓은 인사들이 당선되는 구조”라며 “간선제 당시 교육감 후보의 요건이었던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인물’은 이제 출마조차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교단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권 교수는 “직선제 이후 교단에 이른바 줄이 생겼고 당선자의 보은인사로 교단은 엉망이 됐다. 선거에 한눈을 팔아야만 승진하는 풍토까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교육자치 구현도 미지수

교육감 직선제의 목표인 교육자치가 비효율적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을 지낸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육감을 직접 선출한다는 의미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완전히 행정을 분리한다는 의미인데 실제로는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교를 짓거나 시설을 늘리는 등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분리하면서 생긴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정치성향이 다르면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게 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대립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에서도 미국 일부 주를 제외하고 교육감을 따로 뽑는 나라는 없다. 최 교수는 “미국도 50개 주 가운데에서 23곳만 직선제를 실시하지만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교육감이 중앙정부와 지나치게 갈등을 빚는 모습도 학생들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문 국장은 “일부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교육력이 떨어지거나 학교가 혼란을 겪는 등 부정적인 요소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 당장 폐지 어렵다면 시범 폐지라도

한번 도입된 직선제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 직선제 폐지론자에게는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교육감 직선제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직선제 폐지론자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직선제로 뽑힌 16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5명이 현재 선거 및 인사 비리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직선제 폐지 이후의 대안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최 교수는 임명제를 원칙으로 하되, 여의치 않으면 우선 선거에서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자체장이 지역 의회의 동의를 받아 교육부지사 역할을 하는 교육감을 임명하자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일괄적으로 직선제를 폐지하기 어렵다면 세종시에서 시범적으로 폐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 국장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추진하는 간선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선거비용, 자질검증 같은 여러 사항을 고려해 새로운 선거 형태를 논의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구체적인 방안은 정치권이 아닌 교육계가 중심이 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래서 유지해야


직선제는 교육자치의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근간이다. 폐지가 아니라 후원금 합법화를 통해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 유지론자들은 현행 직선제에서 부작용이 생겼다고 폐지를 주장하는 모습은 본말이 뒤집혔다고 지적한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자치라는 기본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선제가 근본인 만큼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 직선제는 교육자치의 기본


전제상 공주교대 초등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가 참여율이 저조하거나 후유증이 남는다고 폐지를 주장하는 일은 부작용을 빌미로 뿌리를 흔드는 침소봉대”라며 “교육 자치는 헌법에 명시된 부분이므로 직선제 운영상의 문제점을 점검할 필요는 있지만 제도 자체의 존폐를 논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역 교육의 문제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해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율과 다양화라는 흐름을 봐서도 자치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에서 일괄적인 교육 정책을 펴는 것보다 지역별로 적절한 교육제도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강원도라면 산간 지역의 소규모 학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을 도교육청 차원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자치와 관련해 대표성을 갖춘 교육감이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보선 서울시 교육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전시성 정책사업을 과감하게 없애고 문예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며 “시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라는 점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다른 방식도 부작용 있어

직선제를 다른 선출 방식으로 바꾸더라도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직선제 유지론자들은 강조한다. 최 의원은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접선거를 비롯한 다른 방식으로 뽑아도 매수나 부정의 가능성, 특정 단체의 영향력으로 교육감이 선출될 가능성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종렬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직선제를 러닝메이트제나 시도지사의 임명제로 바꿀 경우 교육계 의사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가 완전히 사라진다. 교육감 선임과정에서 후보자 검증 기회를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교육계의 인사와 재정운용,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시스템, 학교운영의 자율성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와 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확대된 간선제 역시 주민대표성이 약하고, 선거에서 일부 교직단체의 영향력이 결과를 좌우하고, 교육계 인사들만의 잔치로 끝날 소지가 많다는 점도 직선제 유지론자들의 논점 중 하나다. 허 교수는 “과거 간선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선제를 선택한 만큼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 폐지 아닌 보완 필요

직선제 유지론자들은 직선제를 폐지하지 말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의원은 “아직은 지방교육자치법이 정착되는 단계로 봐야 한다”며 “교육감 선거 출마를 위해 교육경력이 5년 이상 필요하다는 조항을 부활시키는 등의 보완책을 찾으면서 선거를 몇 차례 더 거치면 부작용이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막대한 선거 비용을 고려해 후원금 모금 확대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 교수는 “교육감 선거가 비용이나 조직면에서 시도지사 선거와 같은 수준인데도 선거를 뒷받침하고 있는 정당제도나 정치자금제도에서는 배제되고 있다”며 “교육감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후원금 상한을 현재 소요자금의 50%에서 최소한 소요자금의 70%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 교수는 “교육은 행정적으로 자치지만 재정적으로는 정부의 교부금이나 지자체 재정에 기댈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직선 교육감이 재원 마련과 활용에서도 자율성을 찾아야 본격적인 교육자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교육감 직선제#교육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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