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브레이커’ 노스페이스 비싼 이유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9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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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재판매가격 유지'에 역대 최고인 52억 과징금 부과

아웃도어 업계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국내 판매 본사가 판매 전문점들에게 일정 가격 아래로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사실이 적발돼 50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스페이스' 국내 판매사인 골드윈코리아가 1997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년간 전문점(개인사업자)에게 제품 가격을 미리 정해주고, 그 아래로는 팔지 못하도록 통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52억48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추가 할인판매 금지'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 액수다. 골드윈코리아는 노스페이스 제품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는 비상장 회사로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에만 615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크게 백화점 위탁판매와 전문점 판매로 매출을 올리는데, 판매수수료만 걷어 가는 위탁판매와 달리 전문점 판매는 상품 소유권과 판매에 따른 손익, 판매·취급에 따른 위험이 대부분 판매자에게 떠넘겨 진다. 그런데도 골드윈코리아는 소비자가격은 물론 할인율까지 일방 통보한 뒤 이것보다 싸게 팔면 제재한다는 내용의 특약점 계약을 해 전문점의 할인판매를 사실상 가로막고, 비싼 가격에 따른 매출 하락의 위험까지도 사실상 떠안겼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실제로 골드윈코리아는 노스페이스 일부 제품을 10% 이상 할인 판매한 전문점에 계약해지 공문을 보냈고, 매장 고객에게 20% 할인행사 문자메시지를 보낸 전문점에 대해서는 출고 정지 뒤 전국 모든 매장에 사과문을 보내도록 압박했다. 또 다른 전문점을 대상으로는 '본사 가격에서 깎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게 한 뒤 보증금 1000만 원을 받았다.

공정위는 골드윈코리아의 이 같은 행위가 실질적으로 가격할인을 막은 효과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경쟁업체의 가격할인까지 막아 소비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유통 단계의 할인가 경쟁이 활성화돼 노스페이스는 물론 다른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 거품이 제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1위 브랜드’ 노스페이스 “할인했으니 사과문 써와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골드윈코리아는 공정위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고 과징금 책정기준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골드윈코리아는 "판매 전문점과의 계약서에 가격준수 규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관행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도록 했다"며 "2008~2011년 12월까지 전국의 약 150개 전문점에서 총 260만9588개 상품 할인을 진행했고, 각 판매자들이 온라인 할인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골드윈코리아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뒤 법무법인에 의뢰해 법리적인 검토를 할 계획이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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