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4]“타락한 사람 공천하다니 지역주민 무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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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출마 노원갑 표정

성폭행과 노인 비하 발언으로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에 대한 노원구 주민의 반응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노원구 월계동 공릉동 유권자들을 만나본 결과 상당수는 “저질 발언을 한 김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나꼼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적지 않은 주민은 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공릉동에 사는 대학생 인모 씨(24)는 “나꼼수를 들으면서 김 후보가 말도 잘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로 국회의원감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보통 사람이라도 그런 막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뒤늦게 욕을 먹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며 ‘국회의원이 참 되고 싶은가 보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월계동 주민인 김지영 씨(30)는 “김 후보가 눈물 흘리는 모습, 김 후보 지지 세력이 같은 편이라고 감싸는 모습도 전혀 와닿지 않는다. 절대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회사원 이모 씨(24)는 “민주당은 노원구를 무시해서 이런 사람을 후보로 내세웠나”라면서 “노원구 인구도 많은데 그저 표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인기인을 내세운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 운전을 하는 장광규 씨(62·공릉동)는 “시정잡배 수준 아니냐. 미국 장관을 성폭행하자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건 국가적 망신이다”라며 혀를 찼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사퇴를 하지 않는 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 표가 다 떨어지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한 60대 남성(공릉동)은 “8년 전 발언이라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역 기독교인의 반발도 거셌다. 노원구의 한 교회 목사 신모 씨(51)는 김 후보가 ‘한국 개신교는 다 망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에 대해 “기독교인을 폄훼한 그는 진정한 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회 신자 최모 씨(69)는 “그의 발언을 교인들이 다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주민은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월계동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 씨(35)는 “기성 정치논리로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도 잘못”이라며 “사퇴한다고 뾰족한 수가 있느냐. 그나마 정봉주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김 후보가 당선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선거사무소에 들어가려고 하자 김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이를 막아서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여기자는 두 명의 여성 캠프 관계자에게 양팔을 잡힌 채 선거사무소 건물 3층에서 1층까지 끌려 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김 후보를 비판한) 진보 매체도 용서가 안 된다”고도 했다. 선거사무소 앞에는 주민들의 항의 방문도 이어졌다. 선거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부 신모 씨(57)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을 공천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노원갑 유권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의세력 외에도 선거사무소 앞에 모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이 “쫄지 마 김용민”이라고 외치며 김 후보에게 항의하는 쪽과 공방을 벌이며 대치하기도 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노원갑#김용민#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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