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새해 특집]탈북1호 박사 안찬일 소장 “北 최고 오렌지족 김정은이 갈 길은 개혁 개방 시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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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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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원래 체질은 북한 최고의 ‘오렌지족’이죠. 태어나면서부터 황태자였던 사람이 조상의 과거를 부정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시도하기가 어렵겠지만 그가 갈 길은 하나밖에 없어요. 꺼져가는 경제의 불길을 되살리는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겁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사진)은 2011년 12월 30일 새 지도자 김정은이 이끌 2012년 북한 전망에 대해 “어둡게 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9년 탈북한 안 소장은 30년 가까이 북한 정보를 분석해 온 탈북자 1호 정치학 박사다.

안 소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특채 요원으로 남산 사무실에 앉아 하루 종일 TV로 영결식 장면을 지켜봤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도 눈여겨봤다는 그는 “주민들이 보여 준 슬픔의 강도는 1994년 김 주석 사망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고 평가했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 속에 억지로 울부짖는 북한 주민들의 표정은 사나워 보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그동안 북한에 남아있던 사회주의의 관성, 구심력 같은 것들은 이제 김정일의 사망으로 완전히 고갈됐다”며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지금 김정은은 완전히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출발’의 방향으로는 시장 개방과 경제 개혁을 들었다.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현대판 섭정을 하겠지만 그도 개혁개방을 반대할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장성택은 2002년 서울에 와서 직접 경제발전 현장을 봤고 ‘북한 경제가 걱정’이라며 한탄했던 사람이니까요.”

안 소장은 김정은이 당장 맞닥뜨릴 과제로 “군부의 힘을 요령 있게 빼면서 설득하는 문제”를 들었다. 또 북한은 강압적 공안통치를 통해 체제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김정일 사망 8일 전에 김기남 당 비서가 군인에게서 총격 테러를 당했다는 첩보를 들었다”며 “북한 내부에서 복잡한 내부 권력투쟁의 조짐이 보이는 만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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