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10>마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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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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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 아줌마’가 만든 두부요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음식 중 하나가 마파두부다.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 맛과 매콤한 양념 소스가 어우러져 입맛을 자극한다. 마파두부는 맵기로 유명한 중국 쓰촨(四川) 성 요리지만 본고장뿐만 아니라 중국 다른 지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 곳곳에 진출한 중국식당에서도 대부분 마파두부를 메뉴에 올려놓고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우리나라 중식당에서는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마파두부’라고 하니까 그럴듯한 요리 이름처럼 들리지만 중국어 의미 그대로 풀이하면 곰보 아줌마가 파는 두부라는 뜻이다. 마파(麻婆)가 곰보 아줌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곰보 아줌마가 만들어 팔던 두부가 유명해지면서 아예 요리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현재도 영업 중인 중국 마파두부 원조집의 설명이나 관련 자료에 의하면 마파두부는 청나라 말 쓰촨 성의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처음 선보였다. 19세기 중반 만보장원(萬寶醬園)이라는 간장가게가 있었다. 이 집에 온교교(溫巧巧)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렸을 적 마마를 앓아 얼굴이 살짝 얽었다. 혼기가 되자 부모가 이웃마을의 기름장수인 진춘부(陳春富)에게 딸을 시집보냈다. 이후 사람들은 진씨네 곰보 아줌마라는 뜻의 진마파(陳麻婆)라고 불렀다.

예전 중국에서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 서양처럼 남편 성을 따르거나 혹은 본래의 성 앞에 남편의 성을 덧붙여서 불렀다. 온교교가 진씨에게 시집을 갔으니 진교교 또는 진온교교가 된 것이다.

진교교는 두부요리를 잘했다. 가끔씩 남편의 동료들이 음식을 부탁하면 주방에 있는 두부와 고추, 후추, 양고기와 고추기름을 섞어 맵고 얼얼한 두부요리를 만들었는데 인기가 좋았다. 그러던 중 남편이 기름을 운반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생계가 막막해지자 진흥성(陳興盛)이라는 밥집을 열고 남편과 동료들이 즐겨 먹던 두부요리를 만들어 팔았다. 청나라 말기인 1862년이다.

진씨네 곰보 아줌마가 만드는 두부, 즉 마파두부(麻婆豆腐)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청두의 일품요리로 유명해진다. 식당 이름도 진마파두부(陳麻婆豆腐)로 바뀌었다. 1909년 청두의 신문사에서 펴낸 성도통람(成都通覽)이라는 책에 청두 지역의 유명 음식점이 적혀 있는데 여기에 이미 진마파두부가 실려 있다. 지금도 청두에 당시의 음식점이 계속 영업을 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로부터 전통 명품브랜드(中華老字號) 인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마파두부와 중국 현지에서 먹는 마파두부는 맛에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 특히 쓰촨 지방에서 먹는 마파두부는 맵기도 매울뿐더러 혀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하다.

쓰촨 요리의 특징인데 이렇게 음식이 매운 것은 날씨가 더운 데다 습도마저 높기 때문에 매운 것을 먹어 땀을 충분히 흘려야 몸이 가뿐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중국에서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곳은 쓰촨과 후난(湖南) 지역이다. 그런데 매운맛에도 차이가 있다. 쓰촨 요리는 맵고 얼얼하다. 반면 후난 요리는 그저 매울 뿐이다. 그리고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매운맛은 뒤끝에 단맛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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