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총선 5개월 앞으로]서울 “기성 정치 신물난다” 새로운 정치 열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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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당선시킨 서울 ‘대선 안철수 지지’ 호남 다음으로 높아


서울시민은 10·26 보궐선거에서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 후보를 시장으로 뽑았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탄핵’이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4∼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민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드러났다.

○ 2040 安 지지-5060 박근혜 지지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지지는 호남 다음으로 서울이 높았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20∼40대 서울 유권자가 안 교수를 강하게 지지했다. 20대 이하 66.6%, 30대 74.4%, 40대 52.4%였다. 박 시장을 뽑은 그들이다. 높은 등록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사교육비와 주거난 등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30, 40대가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설효섭 씨(26)는 “지방에서 올라와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대고 있는데 요즘 취업이 어려워 좌절감이 든다”며 “정치 때가 묻지 않은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의 불공평한 사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강모 씨(35)는 “내 아이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계획”이라며 “그런 점에서 안 교수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인간적인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 4구)에서도 안 교수의 지지세가 강했다. 이 지역에서 안 교수의 지지율은 49.2%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4.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찍었다는 대기업 직원 박모 씨(30·서울 서초구 양재동)도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는 박 전 대표보다는 안 교수를 응원할 계획이다. 그는 “의사이자 기술자인 안 씨가 대통령이 되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고 수출산업이 더 발전할 것 같아 지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유권자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주로 50대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었다. 50대의 44.6%와 60대 이상 56.5%가 그를 선호했다. 주부(40.9%)와 무직·기타(62.1%) 계층의 지지세가 특히 강했다. 박 전 대표 지지자는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신념과 풍부한 정치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거주하는 교사 이모 씨(55·여)는 “기존 정치인 중에 박 전 대표만큼 깨끗하고 소신을 지켜온 인물이 없는 것 같다”며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나라를 맡기기는 불안하다”고 했다. 서울시립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이진우 씨(26) 역시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가장 충실하게 보수의 가치를 지켜온 인물”이라며 “지금은 안 교수의 지지율이 조금 앞선다 하더라도 견고한 정치 기반을 가진 박 전 대표가 이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 ‘안철수 신당’ 나오면 빅뱅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안 교수가 복잡한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신당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서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유권자들은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총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27.5%가 ‘여야 표를 모두 잠식해 안철수 신당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서울지역 조사 대상자의 40.2%는 ‘안철수 신당 후보를 뽑겠다’고 답해 ‘한나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21.6%)의 배 가까이나 됐다.

대학생 손승재 씨(26)는 “일방적 소통을 강요하는 기존 정치인과 달리 청춘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안 교수를 보면서 한국 정치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 비전을 본 것 같다”며 “그가 선택한 후보라면 믿고 찍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안 교수가 신당 창당 등 향후 정치 행로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점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자영업자인 김문식 씨(55·서울 용산구)는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만을 앞세워 깜짝 등장한 안 교수와 급조되는 신당에 국가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고 했다.

○ “기존 정치 신물난다”

이번 조사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물에 투표하겠다’는 의견은 37.9%로 ‘현역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17.3%)보다 배 이상으로 높았다. 특히 20대 이하(47.8%)와 30대(45.9%)에서 가장 높았다. 학원 강사인 강주찬 씨(41·서울 양천구)는 “한나라당은 부자, 기득권만을 위한 정치를 해 사회를 분열시켰고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자기희생과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기존의 정당 후보는 절대 뽑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이경원 씨(27·서울 도봉구)는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놓고는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신물이 난다”며 “진정한 사회 개혁 의지가 보이는 새로운 당 후보를 찍고 싶다”고 했다.

물갈이 이유로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답변이 48.8%로 가장 많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도 ‘잘한다’는 의견은 33.3%로 ‘잘못 한다’는 의견(62.1%)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도 이런 결과를 뒷받침한다.

▶ 총선민심조사-통계표(서울)
▶ 총선민심조사-통계표(경기, 인천)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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