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하던 박근혜 대세론 4년만에 꺾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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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風 맞고 다시 떠오르는 ‘5년전 악몽’

“위기가 언젠가는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닥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8일 ‘안철수 돌풍’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이 입증되지 않겠느냐. (거꾸로 생각하면) 박 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역량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패배 승복 이후 4년 내내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부동의 선두를 지켜왔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 이후 불과 닷새 만에 ‘박근혜 대세론’은 크게 휘청였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 다시 떠오르는 5년 전 악몽

친박 진영은 당초 내년 총선 이후 야권의 유력 후보가 부각된 후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전 대표가 정치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페이스를 조절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돌발적인 사퇴에 이어 전혀 예상치 못한 안철수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친박의 시간표는 헝클어졌다. 더욱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박 전 대표와 오차범위 안에 들어오고 일부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박 전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친박 진영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다가 추격을 당한 시점이 딱 5년 전이다. 2007년 대선 레이스에서 다른 후보보다 10%포인트 정도 꾸준히 앞서갔던 박 전 대표는 대선을 1년 3개월여 앞둔 2006년 9월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22% 지지율로 이명박 대통령(24%)에게 추월당했다. 이를 기점으로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이 대통령을 뒤쫓는 형국이 됐고 결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했다.

○ 5년 전과는 다르다


반면에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많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일찌감치 대선주자로 활동하고 있었고 국회의원, 서울시장 경력을 통해 정치적, 행정적 역량을 검증받은 반면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데다 향후 인기를 지속할 만한 동력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안 원장의 파괴력보다 ‘반(反)한나라당 정서’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크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5년 전에는 한나라당 후보만 되면 무조건 본선에서 당선되는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한나라당의 여집합 세력이 커졌다는 게 엄청난 부담”이라며 “안 원장이 아닌 누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되어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대세론’이라는 현상 자체가 성립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 박근혜의 추석 메시지는?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는 내년 대선 민심이 수렴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석 밥상의 최대 정치 화두가 ‘안철수 신드롬’이 되면서 연휴 이후 안 원장의 인지도는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5년 전에는 추석 전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수도권 민심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지방 민심을 잠식한 형국이었다. 이번에도 안 원장에 대한 수도권의 민심이 당시처럼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민심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면서 이번 박 전 대표의 추석 동영상 메시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매년 추석 때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포해왔다. 그동안은 감성적이고 소프트한 내용을 담아왔지만 동영상 제작을 기획한 실무진은 “이번에는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박 전 대표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곧 이번 추석 동영상의 방향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대선행보 빨라지나

“이번 상황을 우리 정치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는 7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자신을 추격한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번 안철수 신드롬을 국민이 정치권에 던지는 경종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본인이 계속 얘기해 온 정치개혁과 정책경쟁의 환경이 마련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며 “지금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향후 대선 플랜을 변경하려는 친박 진영의 집단적 움직임은 아직 없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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