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5>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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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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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돈 ‘펀드 귀환’ 확신”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올 들어 환매가 줄어드는 만큼 다시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올 들어 환매가 줄어드는 만큼 다시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올해는 특정 시장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당장은 선진국이 좋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신흥시장도 살아날 걸로 봅니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때죠.”

신흥시장 전망을 좋게 보던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8일 기자와 만나 “장기적으로 신흥시장의 높은 성장성이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큰 흐름은 변치 않겠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면서 선진국 증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흡수한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는 게 구 부회장의 전망이다.

코스피가 2,000 선을 넘어선 한국 증시에 대해 구 부회장은 “한국은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고, 신흥시장이 좋아져도 수혜를 볼 수 있는 좋은 위치”라며 “지수는 올랐지만 글로벌 성장성이 부각되는 개별 기업의 주가는 높지 않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이 강해진 기업이 삼성전자, 현대차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LG화학, LG생활건강, 현대중공업 등 글로벌 한국기업들이 자꾸 등장하는 것이 코스피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망, 펀드의 미래에 대해 말을 이어가던 구 부회장에게 미래에셋의 펀드 실적으로 화제를 돌렸더니 “살이 많이 빠졌다”는 우회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미래에셋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펀드운용 규모는 36조8758억 원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주식형펀드 시장점유율은 40%대에서 24% 수준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의 5년 장기수익률은 60∼100%로 매우 높지만 최근 1년 성적은 코스피보다 낮다. 대표펀드로 키우려던 ‘인사이트펀드’는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에 집중된 환매로 펀드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 들어 환매가 줄어들고 있어 조만간 우리의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어 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투자 실적에 실망해서 환매하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투자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돈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펀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겪은 뒤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펀드에 대한 신뢰가 단단해진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다.

랩어카운트의 인기는 미래에셋에 아픈 측면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투자자문사의 전략을 복사하는 증권사의 자문형 랩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돌풍의 한가운데에는 미래에셋 출신이 오너인 브레인, 창의투자자문 등이 있다.

구 부회장은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수수료가 싼 랩을 내놓겠다고 발언한 것에 “그룹 전략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랩은 하나의 틈새상품으로 너무 커지면 부작용이 따른다”고 우려했다. 지수가 2,000대에 올라서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요즘 공모형 펀드와 달리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 상품은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만큼이나 구 부회장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인사이트펀드는 8일 현재 누적수익률이 ―13%대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 비중을 30% 전후로 올리고 중국 비중은 20% 미만으로 줄였다”며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몇 년간 ‘매’에 단련돼서일까. ‘아픈’ 질문이 많았지만 그는 “실적으로 보여주면 된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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