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원양성 현장을 가다]<1>싱가포르 NIE, 교사선발-육성-관리 등 전과정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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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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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오랜 믿음이다. 교원 양성체제는 양질의 교원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사 자원이 우수함에도 교사의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대 및 사범대, 교육대학원 등 교원양성 기관의 커리큘럼과 임용시험, 학교 현장의 괴리로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교사가 돼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함께 학교 현장에 강한 교사를 육성하고 있는 싱가포르, 핀란드, 미국, 프랑스의 교원양성 체제를 탐방했다.》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국가교육연구소에서 대학 4학년 학생들이 과학 수업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교육부가 예비 교사들을 고용한 뒤 NIE에서 1인당 연간 7만 싱가포르달러를 지원하며 교사로 양성한다. 싱가포르=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국가교육연구소에서 대학 4학년 학생들이 과학 수업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교육부가 예비 교사들을 고용한 뒤 NIE에서 1인당 연간 7만 싱가포르달러를 지원하며 교사로 양성한다. 싱가포르=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산하 국가교육연구소(NIE·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 4학년 학생 20여 명이 과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향후 초중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칠 ‘예비교사’들. 교사가 되기 위해 NIE에서 교사과정 ‘4개년 프로그램’을 밟고 있었다. 정룽취안(鄭榮權) 매니저는 “NIE는 싱가포르의 교원 양성을 책임지는 유일한 기관”이라면서 “예비교사는 NIE의 교사과정 프로그램을 수료해야만 정식 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수 인재’ 뽑아 ‘우수 교사’로 양성

싱가포르에서 교사가 되려면 먼저 교육부에 고용된 뒤 NIE에서 교사과정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허싱훙(何星鴻) 교육부 디렉터는 “우수한 학생을 뽑아 동일한 교육 가치를 가진 우수 교사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며 “모든 비용도 교육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교사는 대개 고교 졸업자격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획득한 대학 졸업생이 지원한다. 일부 고교 졸업생과 기술전문학교인 폴리테크닉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다. 매년 지원자 2만여 명 중 2200명만 통과한다. 이때 현직, 퇴직 교장으로 구성된 3명의 패널이 지원자를 면접한다.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은 교사로서의 태도와 열정이다.

교육부는 이렇게 뽑힌 ‘예비교사’에게 연간 월급과 장학금으로 총 7만 싱가포르달러(약 6080만 원)를 지원한다. 허싱훙 디렉터는 “교육부 예산(97억 싱가포르달러)이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할 만큼 교육을 중요시한다”며 “우수한 교사가 우수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교원 양성에 드는 모든 비용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중간에 교사가 되기를 포기하거나 NIE 이수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면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

○ 이론과 현장의 조화 이루는 교사과정 프로그램


NIE는 세 가지의 교사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학 졸업생은 ‘1개년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초중고교 교사가 될 수 있다. 단 체육 교사가 되려면 2년을 다녀야 한다. 고교 졸업생과 폴리테크닉 졸업생은 ‘2개년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거나 ‘4개년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초중등 교사가 될 수 있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비교사들은 NIE에서 △교과(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지식 △교육학(교육심리학, 교실 관리, ICT 활용기법) △커리큘럼학 △교육현장 실습 등의 수업을 들으며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교사과정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실습이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프로그램 중간에 학교에 나가 10주 정도 실습을 한다. 예비교사들이 하는 수업은 NIE 감독관과 해당 학교 멘터 교사들이 직접 관찰·평가한다. 수업관찰 보고서는 이력서에 저장돼 추후 인사 고과에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교사들은 또다시 실습을 해야 한다.

○ 양성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계속

정식 교사가 된 뒤에도 교사 양성과정은 계속된다. 교사는 끊임없이 현장에서 배우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빅토리아 중고등학교 류룽중(劉榮忠) 교장(41)은 “가르치는 것은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관리, 수업 계획 기술이 어우러진 예술”이라며 “NIE 교사과정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해도 현장에서 계속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에서는 신임 교사에게 1년간 ‘멘터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교무부에 있는 시니어 교사들이 수업 계획은 어떻게 세울지, 숙제는 어떻게 내면 좋을지 등 수년간 쌓은 노하우를 조언한다. 36년간 화학을 가르친 한 교사는 “신임 교사에게 내 수업을 관찰하게 하고, 나는 그들의 수업에 들어가서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또 워크숍에서 학부모들이 신임 교사들에게 부모들과의 대화법 등을 지도해 주기도 한다.

이 같은 학교 자체 프로그램 외에 교육부는 모든 교사에게 연간 100시간의 연수를 의무화했다. 교사들은 교육부에 직접 오거나 인터넷을 통해 리더십, 교과 심화 수업을 들어야 한다. 원하는 교사들에 한해 NIE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더 들을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한다.

○ 교원평가와 커리어 트랙으로 교사는 계속 발전

교사들은 매년 교원평가도 받는다. 각 학교는 실정에 맞게 평가지표를 만들어 교사들을 평가하고, 그 지표와 평가 결과를 연말 교육부 장학사에게 보고한다.

빅토리아 중고등학교에서는 교무부 교사 10명과 교장, 교감 등 14명이 85명의 모든 교사를 평가한다. 평가 기준은 근무 연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신임 교사의 경우 ‘수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 ‘학생 평가를 제대로 하나’ ‘학생에게 피드백을 바로 주는가’ 등을 평가한다. 그러나 연차가 높은 경우에는 ‘학생이 다양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는가’ ‘학생의 성과 향상을 위해 얼마나 다양한 평가방법을 활용하는가’ 등 좀 더 세밀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교사들은 각 기준에 따라 A∼D로 평가되고, 평균 C까지는 연말에 성과급을 준다. 교장은 모든 교사와 1대1로 평가 결과를 이야기한다. 류룽중 교장은 “교사가 계속 발전하려면 당연히 평가받아야 한다. 모든 교사가 평가지표를 공유하고 평가위원이 누군지도 알며 왜 그렇게 평가됐는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 수긍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을 △교습 트랙 △리더십 트랙 △시니어 전문가 트랙 등 3가지로 나눠 커리어를 발전시켜 준다. 각 학교 교무부 위원들이 해당 교사가 특화된 수업을 하고 있는지, 교감·교장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신임 교사들의 교육훈련을 담당할 시니어 교사가 될 능력이 있는지 등을 평가해 어느 면을 발전시킬지 결정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모두 교육부와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교육부 레이첼 매니저는 “각 교사의 능력에 맞게 나눠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화된 커리어 단계에 필요한 연수 과정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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