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끊임없는 살해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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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의 목을 따라” 北 제거대상 1순위…‘살해 2인조’ 7월 징역 10년형 받아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한국행을 택한 뒤로 그에 대한 신변위협 및 암살 시도는 꾸준히 계속돼 왔다. 올 4월 황 전 비서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위장 탈북했다가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적발된 김명호, 동명관 씨는 2004년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공작원으로 선발된 뒤 6년간 특수훈련을 받는 등 치밀하게 남파를 준비해 왔다.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지난해 11월 이들에게 고급 위스키를 따라주며 ‘배신자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내렸다. 김 씨와 동 씨는 올 7월 초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에 앞서 2006년 12월에는 붉은색 물감으로 칠한 그의 사진과 손도끼, 살해협박문이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간첩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검거된 여간첩 원정화 씨는 황 전 비서의 거처를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은 2006년 5월부터 탈북자후원회 관계자와 정보기관 요원을 접촉하는 등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밖에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대북공작원 출신으로 북한에 포섭된 ‘흑금성’ 박채서 씨나 1960년대 무장간첩 출신으로 북한에 재포섭된 한모 씨, 지하철 운행정보를 빼낸 여간첩 김모 씨 등도 모두 황 전 비서의 거처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대부분의 간첩이 우선적으로 황 전 비서의 거처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아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황 전 비서를 ‘눈엣가시’로 보고 ‘제거대상 1순위’에 올렸던 것은 그의 거침없는 북한 체제 비판이 ‘3대 세습’을 준비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한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 전 비서는 3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북한의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을 비판했고, 이어 일본에선 “김일성 시대보다 김정일 독재의 정도가 10배는 강하다”고 지적하는 등 올 들어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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