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8·15 경축사]‘말로만 통일 → 적금붓는 통일’ 사회적 합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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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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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 통일은 반드시 옵니다.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 뒤편으로 이날 새로 걸린 광화문 현판이 보인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 뒤편으로 이날 새로 걸린 광화문 현판이 보인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5일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화두 중의 하나인 ‘통일세’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부터 통일비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 대통령이 7월 중순경 참모진과 경축사 준비 회의를 하던 도중 예기치 않은 통일세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후 통일세 개념을 경축사에 넣을지를 놓고 논쟁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세 신설 논의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쪽이었던 반면 경제수석실은 “감세 정부를 표방하는 상황에서…”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는 후문이다.

지난주 경축사 내용을 최종 확정할 때까지 참모들 간에 논란이 빚어졌을 만큼 통일세 부분은 예민한 이슈다.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의 통일 방안은 일찌감치 경축사 내용에 포함됐으나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 대책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논란 끝에 막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올해가 ‘집권 3년차’인 만큼 남북관계에 대한 그랜드 비전을 다시 한 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 정부 출범 후 내내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고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점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가능성이 관측되는 미묘한 시점에 통일세 문제를 언급한 것은 심상치 않다.

청와대는 언젠가는 반드시 도래할 통일을 대비해 천문학적 규모의 통일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필요성을 제기한 것일 뿐 북한 내부의 ‘특정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당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 급변사태 대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임태희 현 대통령실장이 이끄는 비선라인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협상단을 내세워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현안을 푸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통일세 신설 논의 제안은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제재와 봉쇄 쪽에 무게를 둘 것임을 공식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반면 그와 정반대로 남북 간에 대화 재개를 위한 ‘모종의 물밑 움직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태희 실장은 이날 경축사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에서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남북관계는 통상 공개되는 내용으로 접하는 것보다 대단히 역사성을 띠고 있고 민감한 것이 많다. 수술로 치면 외과수술이 아니라 신경수술에 해당한다. 용어 하나하나,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충분히 사전에 조율되지 않으면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남북관계는 (공허한) 선언이나 말보다는 철저하게 준비된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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