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쩍 대응으론 北도발 못막아… 일시적 긴장고조 감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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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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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상 안보문제硏 이사장-김성한 고려대 교수 긴급대담[1]천안함사건 의미는北전술적 성공? 전략적으로 큰 실수한것지난 10년 왜곡된 국가안보 확인하는 계기[2]북한내부 현재 상태는‘스모킹 건’ 발견에 北지도부 적잖이 당황김정일 ‘건강-후계-군부’ 삼각 딜레마 빠져[3]정부-민간 효율적 대처법은적당히 퍼주고 긴장 완화, 그건 난센스北도발 시나리오 정비-시스템 강화해야[4]국제공조-안보태세 어떻게한미연합사가 핵심 억지력… 해체 재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왼쪽)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왼쪽)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1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는 도발의 주체인 북한 군부에 직접 타격이 가는 것이어야 한다”며 “천안함 사태의 책임자 처벌을 북한에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동아일보가 마련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의 대담에서 “일시적으로 긴장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래야 장기적 평화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원칙과 신뢰에 입각한 남북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산고(産苦)의 과정”이라며 “이번 사건을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면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동아미디어센터 1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천안함 사건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김 이사장=북한은 군사도발을 대남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를 넘어서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지상테러를 포함한 대규모 군사도발을 자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이런 도발은 빈번해지고 극렬해질 것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군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은 한국에 대한 경멸과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발이다. 천안함 사태는 북한 도발에 위협받는 한반도의 실상과 북한의 실체를 다시금 국제사회에 확인시켜 줬다. 북한은 전술적 성공이라고 착각하고 있겠지만 전략적으로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도 햇볕정책 시기에 왜곡된 국가안보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김 교수=이번 사건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가장 심각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다. 10년 동안의 햇볕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한국판 9·11테러’다.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는 한국이 북한의 재래식 공격과 비대칭적 위협에 취약성을 드러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의 야만적 폭력성이 드러났다. 21세기에도 개방과 개혁을 거부하고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정권이 원칙과 신뢰에 바탕을 둔 남북관계를 원하는 대한민국의 군에 야만적 폭력성으로 대응한 것은 문명사적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는 북한 내부의 상태는….

▽김 이사장=북한은 김정일 중심의 전쟁 체제다. 그는 통치하되 책임지지 않는다. 선군(先軍)정치하에서 북측 인사들은 북한의 주인은 김 위원장이며 인민무력부를 포함한 군대는 김정일의 옹위세력이고 내각은 지원부서 정도로 생각한다. 모든 국가 의사결정이 군사적 고려 위주다. 천안함 사태도 이런 통치 상황에서 자행됐다. 합리적 지도자라면 지금 도발할 수 없다. 국내 친북좌익 세력은 ‘북한 지도부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 시점에서 천안함을 공격하겠느냐’고 하는데 이는 합리적 사고력이 결여된 북한 군사위주 지도체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북한은 어뢰 추진체 등 결정적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20일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북한이 국방위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한 것은 우리 정부가 결정적 증거를 찾은 것에 당황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김 교수=김정일은 지금 삼각 딜레마에 빠져 있다. 건강이 나쁘다. 후계체제 구축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선군체제를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핵을 포기하기 힘든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후계체제 완성을 위해 군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김정일이 대청해전에 대한 보복으로 대남공격을 결정했거나 묵인했을 수 있다. 개혁과 개방, 비핵화를 통해 삼각 딜레마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호전적인 군부 입장을 강화시키는 데서 해법을 찾은 것이라면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지도부의 군부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체제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어리고, 경험도 없고, 후계자 수업도 김정일에 비하면 일천한 3남 김정은에게 세습이 이뤄졌을 때 세습과정이 안정적일지 의문이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이 실패한 이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김정일의 삼각 딜레마와 정권-인민 간 괴리 현상이 부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북한 체제가 하드랜딩(경착륙)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은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김 교수=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미래에 관해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원칙과 신뢰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이했을 경우 통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통일 과정에서 외세라는 변수를 간과하면 안 된다. 주변국들이 통일한국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염두에 둬야 한다. 통일한국이 등장해도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플러스가 된다는 모습을 한국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처음부터 예단하지 않고 차분하고 과학적인 조사와 국제공조를 통해 ‘스모킹 건’을 찾아냈다. 단순히 천안함 사태 처리의 차원을 넘어 지금 우리 정부의 대응 모습을 통해 주변국들은 통일한국의 미래를 유추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김 이사장=체제 유지의 한계 상황에 다다른 북한이 핵 위협과 군사도발을 반복하면서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몰아가고 있다. 통일을 위해 남북관계의 주도권 확보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현 정부가 북한에 잘해주지 않아 북한이 화가 난 것이니 적당히 퍼주고 북한 요구를 만족시켜 긴장을 완화하자”고 한다. 그러나 아군 군함이 폭침된 상황에서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것은 난센스다. 북한은 천안함 사태로 현 정부를 휘둘러보고자 했다. 우리가 화해와 긴장 완화를 구걸하면 미래를 잃는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주도하려면 이겨내야 할 싸움이다. 위기 극복이 기회가 된다. 오늘의 전술적 손실을 통일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계기로 삼기 위해 단합된 의지와 국민적 용기가 필요하다. 역사는 용기 있고 지혜로운 자의 것이다.

▽김 교수=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 초당적인 조사위원회가 3년간 활동해 두꺼운 리포트를 냈다. 결론은 두 가지였다. 상상력이 부족했고 점과 점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도 정보 차원에서 점과 점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이 정보 수집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보라는 점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만에 하나 다른 형태의 좋지 않은 사건이 날 수도 있다. 시스템 확립에 더해 상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의 어떤 도발과 테러가 추가로 가능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햇볕정책 10년 동안 퍼진 ‘안보를 강조하면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이 온다’는 명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한 안보의식으로 무장해야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정비례 관계에 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이 (북한의 도발과 정부의 대응 과정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면 국민들이 안보의식을 높이는 과정 속에서 경제가 악화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천안함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향후 군 안보태세 확립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이사장=9·11테러 때 미국사회는 하나로 뭉치고 분노로 끓어올랐다. 우리는 거꾸로 자중지란이다. 폭발하는 분노가 없는 슬픔뿐이다. 과거 전쟁을 선포해도 됐을 북한의 도발에 적절하게 응징하지 않아 도발의 반복을 낳았다. 국가안보태세를 재정비해야 한다. 오늘날은 총괄안보, 통합안보의 시대다. 외교 국방 통일 등 많은 안보기능 요소에 총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비해 군과 경찰의 정보기능을 통합한 시스템도 필요하다.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연기되면 북한이 아플 것이다. 한미연합사를 축으로 한 한미 군사동맹은 북한 핵과 전면전에 대한 핵심 억지력이다. 최근 중국군 고위 관계자에게 중국이 아시아 유일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특별한 지위를 가진 것은 강대국으로서 책임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자꾸 그런 문제를 제기해야 중국이 변한다.

▽김 교수=6·25전쟁 이후 수많은 도발이 있었지만 그중 북한이 유감이나 사과를 표명한 경우는 1976년 판문점도끼만행 사건과 1996년 잠수함 침투사건 두 차례밖에 없었다. 북한이 유감 표명한 사례를 보면 핵심은 철저한 한미 공조다. 한국이 취하는 행동에 대해 미국이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이 앞장서 나가고 미국이 마지못해 지지한다는 인상이 있을 때 북한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중국이 보이는 반응에 섭섭해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전략적 인내’를 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면 중국도 국제규범과 표준에 입각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때까지 전시작권권 전환 연기가 불가피하지만 독자적 작전능력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민간위원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 국방대 총장, 국가비상기획위원장
―육사 24기, 예비역 육군 중장,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 대통령 외교안보자문단 위원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미국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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