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46명 이름 1명씩 부르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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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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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추모연설 ‘3가지 메시지’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TV로도 생중계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른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TV로도 생중계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른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 안보 다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철통같은 안 보로 나라를 지키겠다.”

2 군기 세우고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오 는 것이다.”

3 위기관리 손보고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 아내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이제 여러분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명령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를 추도하고 세 가지 대(對)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철통같은 안보로 나라를 지키겠다”며 군 최고통수권자로서의 ‘안보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보수층을 중심으로 많은 국민이 국방 불안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처를 약속한 것이다.

안보 관련 발언에서는 특히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중도 읽힌다.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만약 북한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대응 방안을 결정할 때 모든 옵션(선택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의지가 담긴 대목이기도 하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한다고 해서 단호한 의지가 없는 게 절대 아니다. 거꾸로 단호한 대응을 하기 위해 ‘스모킹 건(smoking gun·확실한 증거)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격이 낮은 나라와 높은 나라의 차이가 이런 데서 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사고 원인을 예단하는 게 올바른 처신이겠느냐. 마지막 물증이 나올 때까지 신중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두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대형 함정 도입에 중점을 둔 대양해군 육성 계획도 중요하지만 국지전에 대비해 소형 함정이나 정찰기를 보강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주문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군 개혁 의지도 밝혔다.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오는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서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군수물자 취득 등과 관련한 군의 비효율성과 내부 병폐를 지적해 왔다. 이런 차에 천안함 사건 직후 드러난 군의 보고체계 혼선, 링스헬기의 잇단 추락 등을 보며 군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 수석은 “정신상태가 흐트러져 있으면 좋은 무기를 갖고 있어도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위기관리시스템 재점검 과제도 제시했다. “우리 스스로를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약점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군을 중심으로 한 위기대응체계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이 군에 대한 직무감찰에 들어가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종합진단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안보자문회의에 참석한 한 자문위원은 “이 대통령이 뭐가 문제인지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운영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부활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현재로선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까지 해법을 찾기보다는 인적 결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NSC 사무처장을 맡을 때 월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에 따라 정보 흐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사건 희생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검은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이제 여러분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명령합니다”라며 끝내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희생 사병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자 희생자 가족과 실종자 가족들도 다시 한번 목이 메는 듯한 분위기였다. 고 안동엽 상병의 아버지 안시영 씨(58)는 “대통령이 콧물, 눈물 흘리는 것까지 다 (방송에) 나오더라”며 “대통령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슬퍼해 주신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고 박경수 중사의 사촌형인 박경식 씨(36)는 “대통령이 가족들이 있는 평택에 직접 와서 위로 한 번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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