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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반정부시위

Posted October. 22, 2019 08:40,   

Updated October. 22, 20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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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부터 남미 칠레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을 둘러싼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19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요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15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20일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외교부는 21일 칠레 전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를 발령했다. 홍콩, 이집트, 레바논, 에콰도르 등 세계 각국에서도 경제난과 독재에 항거하는 반정부 시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에 국민 분노 폭발

 CNN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칠레 정부는 가장 붐비는 출퇴근시간대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기존 800칠레페소(약 1320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30페소(약 50원) 인상에 불과하지만 양극화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분노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칠레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요금도 세계 56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다. 2017년 상위 1% 부자들이 국가 전체 부의 26.5%를 소유하고 하위 50%는 불과 2.1%만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도 심하다. 칠레 정부는 올해 1월에도 적자를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올렸고 몇 주 전에는 전기 요금도 인상했다.

 공공 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곧바로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공공기관, 버스, 상점 등에 무차별적으로 방화를 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19일 한 슈퍼마켓의 화재로 최소 3명이 숨졌다. 20일에도 시위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의류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금까지 구금된 사람만 1400여 명이라고 전했다.

 놀란 정부가 19일 요금 인상을 철회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여전하다. 중도우파 피녜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2010∼2014년 집권 후 2018년부터 재집권하고 있는 그는 전임자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복지 위주 정책을 비난하며 긴축, 민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18일 저녁 그가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이 공개된 것도 시위대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피녜라 정권은 19일 산티아고에 국가 비상사태도 선포했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27년간 철권통치를 펼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시절 후 첫 비상사태 선포다. 20일에는 수도권 전역, 발파라이소, 코킴보, 비오비오, 오이긴스 등으로 비상사태 선포 지역을 늘렸다. 피녜라 대통령은 “시위대가 범죄조직의 전형적인 형태와 무기를 갖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주창해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전 세계는 시위 중

 또 다른 중남미 국가인 에콰도르와 온두라스에서도 최근 반정부 시위가 예사롭지 않다. 27일 대선이 치러지는 아르헨티나, 올해 내내 ‘한 나라 두 대통령’ 체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사회 혼란도 극심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중남미 전체가 ‘원자재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남미 전체는 2000년대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집권했던 좌파 정부의 선심성 복지 정책에 익숙해져 있다. 최근 세계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값이 급락하자 복지 혜택이 줄고 경기도 예전만 못하다. 이 와중에 긴축을 외치는 우파 정권이 속속 집권하면서 서민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역시 경제난과 장기 독재에 신음하는 중동 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17일 레바논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왓츠앱’에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집트, 이라크, 튀니지 등에서도 경제난 및 독재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6월 초부터 넉 달 넘게 극심한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