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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니는 수류탄”“볼턴은 핵폭탄”... 내분 치닫는 트럼프 진영

“줄리아니는 수류탄”“볼턴은 핵폭탄”... 내분 치닫는 트럼프 진영

Posted October. 17, 2019 08:12,   

Updated October. 17, 201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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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야기한 탄핵 정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참모 간 공방으로 번졌다. 지난달 사퇴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겸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각각 서로를 ‘수류탄’과 ‘원자폭탄’으로 공격하며 사태의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러시아 담당 고문은 14일 의회 증언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이 줄리아니 전 시장의 행보를 우려했다. 그를 수류탄(Hand Grenade)으로 불렀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대통령이 비선(秘線)인 줄리아니 전 시장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수사를 압박한 것에 경악했다. 그는 이를 ‘마약 거래’라고 표현했고 자신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힐 전 고문에게도 “줄리아니 전 시장이 백악관 변호사들과 접촉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라”고 지시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15일 반격에 나섰다. 그는 NBC에 “볼턴이 누군가를 수류탄으로 부른다니 역설적이다. 많은 사람이 그를 핵폭탄(atomic bomb)으로 묘사하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그는 뉴욕매거진에도 “볼턴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내게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언급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이 탄핵 조사의 결정적 증언을 해줄 것으로 보고 그의 소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스티븐 린치 하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볼턴이 줄리아니를 수류탄이라고 불렀다는 자체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볼턴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상황을 제대로 읽고 있었다”며 증인으로 부를 뜻을 드러냈다.

 전직 핵심 참모와 개인변호사 간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 대응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방어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탄핵 조사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내년 대선 전망 보고서에서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 대통령이 2016년 대선(538명 중 304명)보다 더 많은 선거인단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또 다른 주역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 바이든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적은 있어도 불법을 저지른 적은 없다. 줄리아니와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들의 사업을 돕기 위해 헌터가 이사로 재직했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의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총장 해임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