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강력반발에도...미, 최신형 F-16 66대 대만 판매 밀어붙여

　미국이 대만에 모두 9조 원에 달하는 최신형 F-16 전투기 66대의 판매를 공식 승인했다. 중국은 이 같은 움직임이 ‘하나의 중국’ 체제를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과 국무부는 20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국무부가 80억 달러(약 9조6000억 원) 규모의 F-16 66대 대만 판매를 의회에 알렸다”고 밝혔다. DSCA가 공개한 판매 자료에 따르면 F-16D/C 블록 70 기종의 전투기 66대와 제너럴일렉트릭(GE) 엔진 75개, 기타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DSCA는 “이번 판매는 미국의 국가, 경제 및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고 대만이 방어태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도 “미국과 대만 간 안보 협력은 대만 해협과 그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킬 것”이라며 “이번 절차는 대만이 충분한 자주국방 역량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지원(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매 건은 미 의회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일부 의원들이 미중 관계의 악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판매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판매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짐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성명에서 “이 전투기들은 중국으로부터 증가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대만의 영공 수호 능력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대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라며 판매 취소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미중 무역협상과 홍콩 사태까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F-16 판매가 실제 성사되면 미중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대만까지 역내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중국을 사실상 봉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중국군의 위협에 대해 묻자 “우려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가를) 치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연구센터(USSC)의 보고서에 대해 “우리는 지금 세계 최강인 군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 진압을 시도할 경우 미중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라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톈안먼 광장(사태)’ 같은 폭력이 있을 경우 무역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 사태가 평화적으로 풀리지 않으면 심각할 것”이라며 중국을 재차 압박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