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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사랑

Posted August. 19, 2019 10:12,   

Updated August. 19, 20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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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고 나대고… 대접받기 바라고…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김수환, ‘바보가 바보들에게’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가난한 옹기장이 아들로 태어나 추기경 자리에 올랐지만 평생 가난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고 지혜와 사랑의 말씀으로 살아 있는 시대정신을 보여줬다. 김 추기경은 일생동안 낮은 곳을 살피며 큰 사랑을 베풀고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책망하면서 자신의 사랑이 모자람을 항상 부끄러워했다.

 낮은 위치에 있을 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성직자가 스스로를 낮추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추기경은 항상 언행의 일치에서 나오는 겸손과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큰 힘을 우리에게 일깨워줬다.

 수십 년간 진솔한 사랑을 실천한 김 추기경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면, 필자 같은 보통 사람은 사랑이 머리에서 입까지 내려오는 데에만 70년이 걸린 게 아닌지 자아성찰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광복 이후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하던 시절, 인권신장과 민주화의 중요한 고비마다 김 추기경은 바른 길을 제시하고 겸손한 바보 사랑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사면초가에 빠진 것 같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러한 냉혹한 국제상황에서 온 국민이 단합하여 헤쳐 나가도 어려운 때에 갈등으로 사분오열된 상황이 더욱 염려스럽다.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던 김 추기경 같은 큰어른의 역할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