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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서 들고 나토 찾은 트럼프...방위비 증액 압박 ‘선전포고’

청구서 들고 나토 찾은 트럼프...방위비 증액 압박 ‘선전포고’

Posted December. 04, 2019 08:35,   

Updated December. 04, 20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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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년 4월 출범한 세계 최대 집단 방위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내부 갈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3,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후폭풍 등으로 70주년 축하 대신 갈등만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회동에는 트럼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29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핵심 의제는 방위비 분담금.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분담금을 포함한 국방 예산을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0%로 늘리고 내년 말까지 1000억 달러(약 118조6500억 원)의 추가 방위비를 내기로 했다. 2021년부터 미국의 운영비 분담률도 현 22%에서 16%로 낮추기로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만족할 수 없다”며 추가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런던으로 떠나기 전 “미국이 너무 많은 돈을 내기 때문에 공정한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보호해 주는데도 돈을 내지 않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돈을 받을 책임이 내게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 이륙 후에는 트윗을 통해 “이 나라를 대변하고 미국인을 위해 열심히 싸우러 유럽으로 간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 규모가 1300억 달러에 이른다. 향후 3, 4년 사이에 수천억 달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일방적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나토의 강한 반대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이를 강력히 비판하며 “나토는 뇌사 상태”라고 주장했다. CNN은 “나토가 설립 70년을 맞아 자신의 나이를 보여주고 있다. 깨지진 않겠지만 동맹의 결속력은 과거보다 훨씬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에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며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거론했다.

‘영국의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런던 방문 중 별도의 양국 정상회담을 열지 않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열기로 한 것과 대조적이다. 12일 조기총선에서의 승리가 굳어진 상황에서 굳이 ‘반트럼프’ 정서가 높은 영국의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로 보인다. 유고브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보수당은 제1야당 노동당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총선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다정한 동맹이자 친구로서 미국과 영국은 서로의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국빈방문 당시 보수당 대표 경선을 앞둔 존슨 후보를 공개 지지해 내정간섭 비판을 받았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