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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北김영철의 추가도발 협박에 韓美단호히 대응해야

다시 등장한 北김영철의 추가도발 협박에 韓美단호히 대응해야

Posted October. 28, 2019 09:36,   

Updated October. 28, 20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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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어제 아태평화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며 올해 말을 무난히 넘기려고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철은 이어 “북미 관계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 사흘 만에 나온 김영철의 담화는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

 북한이 2·28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대미 협상에서 배제됐던 김영철을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김영철은 정찰총국장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으며 2013년엔 조선중앙TV에 나와서 정전협정 백지화를 언급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적 발언을 한 강경파 인사다. 이런 김영철의 재등장은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거듭 미국의 비핵화 협상 양보를 촉구하는 북한의 압박 전술의 하나다.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고,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며 한국을 때린 것이나 김계관, 김영철의 연이은 대미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김영철의 ‘불과 불 교전상태’ 운운한 발언은 의례적 발언으로 넘길 수 없다. 며칠 전 북한 대남선전매체는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6·25 전쟁 이후 우리 영토에 처음으로 무차별 포격을 가한 연평도 사건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협박했다. 북한의 잇따른 강경발언은 앞으로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한반도 긴장 상황을 언제든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위협수위는 높였지만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 대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는 안이한 대응이 아닐수 없다.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외면할 필요는 없지만 도발 가능성을 열어둔 전체 맥락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 남북 평화·화해라는 명분 아래 과거 북한의 못된 소행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넘어가려는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북한의 무력시위나 도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은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추가 협상을 거부하며 강성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 정상간 톱다운 방식을 거듭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김영철의 망발은 미국에 대한 직접 압박이면서도 우리 정부에게 미국을 더 채근하라는 양면 전략이다. 이럴수록 한미 당국은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공조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