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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초’의 싸움 도루의 과학

Posted August. 30, 2019 09:54,   

Updated August. 30, 20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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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28일에 열린 2위 두산과 선두 SK의 2연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도루’였다. 두산은 리그 최강으로 통하는 ‘외국인 원투 펀치’ 헨리 소사(8승 2패 평균자책점 3.28)와 앙헬 산체스(15승 4패 평균자책점 2.32)를 앞세운 SK를 ‘발야구’로 무너뜨렸다. 27일 도루 5개로 SK 배터리를 흔든 두산은 28일 8회 ‘캡틴’ 오재원의 시즌 첫 번째 홈 단독 도루로 쐐기점을 만들며 4-2로 승리했다. 두산으로서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팀 평균자책점 1위 SK에 대한 공략 해법을 찾은 귀중한 2승이었다.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공인구 반발계수를 줄인 이번 시즌 전망 가운데 하나는 장타가 줄면서 도루가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8일 현재 60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지난해 같은 시기(609경기)와 비교해 홈런은 39.5%(1434개→868개)나 줄어든 데 비해 도루 증가폭은 5.6%(781개→825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는 ‘도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던 팀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려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도루의 득점 가치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야구통계 전문가 톰 탱고는 1루 주자가 도루에 성공했을 때의 기대 득점은 0.175점이지만 실패했을 때는 0.467점이 깎인다고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성공률 72.7%를 도루의 ‘손익 분기점’으로 봤다. 이 수치는 넘어야 도루로 얻는 이익이 손해보다 커진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전체 도루 성공률은 69.8%다. 평균 성공률 72.7%를 넘긴 구단은 키움(75.4%)과 삼성(73.6%)뿐이다. 통계로만 따지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팀이 더 많은 셈이다. 여기에 주자들의 부상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도루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결정적인 1점’을 만들어야 할 때 도루의 가치는 크게 올라간다. 팽팽한 승부에서 주자가 한 베이스를 더 나가는 것은 득점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도루 시 기대 득점은 변하지 않지만 도루로 얻은 1점이 승패와 직결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규리그 막판 순위 싸움이나 포스트시즌 등 1승이 간절할 때 도루는 중요한 득점 옵션이 된다.

  ‘도루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상대 배터리에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도루의 숨은 가치다. 염경엽 SK 감독은 “투구부터 포수의 2루 송구까지 3.3초 안에만 이뤄진다면 도루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주자의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루 성공률이 높은 주자가 있을 때 배터리가 심리적인 긴장을 느껴 실수가 나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