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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끈 움켜쥐면서도 더 죄는건 유보한 日의 장기전 책략

경제보복 끈 움켜쥐면서도 더 죄는건 유보한 日의 장기전 책략

Posted August. 08, 2019 09:09,   

Updated August. 08, 20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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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개정안’을 관보에 정식 게재했다. 2일 일본 내각이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개정안을 공포한 것으로 이달 28일부터 적용된다.

 일본은 수출규제 시행세칙의 ‘포괄허가취급요령’도 함께 공개했는데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로우린 폴리이미드 등 기존 품목 외에 개별허가를 얻어야하는 수출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1100여개의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얼마나 더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될 지가 관심 사안이었지만 추가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경제보복을 완화하거나 유보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일본은 수출상대국 분류 4개 등급 가운데 한국을 B등급으로 낮춤으로써 앞으로 마음만 먹으면 개별허가품목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길을 깔아 놓았다. 언제든 고삐를 더 죌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어제 “경제보복이나 대항조치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한국경제를 이미 큰 혼란에 빠뜨려놓고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만 보더라도 언제 또 무슨 사안을 계기로 한국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추가 지정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정부도 8일 일본을 현재 29개국인 수출 통제 우대국가 그룹, 즉 ‘가’ 지역에서 신설한 ‘다’ 지역으로 강등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확정한 뒤 공개한다. 수출심사기간이 길어지고 허가방식과 신청서류가 더 엄격해지게 되는데 이는 최소한의 맞대응으로 당연한 조치다. 다만 한국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수입 품목이 많지 않아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한국의 수출관리대상 등급을 낮추면서 개별허가품목을 추가 지정하지는 않은 일본의 결정은 자신들이 칼자루를 쥔채 수출규제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한국도 호흡을 길게 가지고 일본 소재 부품의 국산화 대체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당장 기업들이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