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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주는 행복

Posted August. 05, 2019 09:12,   

Updated August. 05, 20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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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운 시련처럼 보이는 것이 뜻밖의 좋은 일일 때가 많다. ―오스카 와일드

 수년 전 커다란 실패를 경험했다. 강남 한복판에서 운영하던 제법 큰 규모의 식당들은 연일 손님과 연예인으로 넘쳐났다. 욕심은 꼭짓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땅바닥으로 훅 내동댕이쳐졌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느라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나 하나에 온 삶을 기대고 있는 어린 딸 때문이었다. 식당을 다시 차렸다. 할 줄 아는 유일한 일이었다. 위치가 좋지 않아 몇 년째 여기저기 공실들이 넘쳐나던 지하상가의 한구석. 보증금도 거의 없고 정말 낮은 임대료만 지불하면 되기에 테이블 4개를 펼쳐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나마 행인이 제일 많이 지나가는 오전 8시, 매장을 알리기 위해 새벽부터 준비한 주먹밥을 원가로 팔며 신규 업장을 알렸다. 집에서 프린트해온 A4 광고전단지를 청테이프로 눈에 띄는 곳 아무데나 몰래 붙이며 다녔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매장에 온 한 직장인이 우리 매장에 대해 블로그에 써준 글을 울먹이며 몇 번이나 읽었던 기억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지하상가 구석진 매장에서 와인 잔을 흔들며 식사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행인들을 돌아보게 하는 독특함을 선사했다. 4년이 흐른 지금 지하에서 시작한 을지로 매장은 꽤 성과가 좋아 지상으로 규모를 키워 확장했다. 마포와 광화문에도 매장을 열었고, 현재는 4호점을 준비 중이다. 나름대로 외식업계 ‘핫 스폿’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인생에서의 실패는 절박함을 끌어내 오히려 의욕과 실행력을 가져다주었고 그 능동적 대처가 새롭고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일상의 작은 일들도 곱씹어보며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시련은 나에게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문득 그때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