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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월마트 총기난사

Posted August. 05, 2019 09:11,   

Updated August. 05, 20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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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10시경 미국 텍사스주 인구 68만 명의 국경도시인 엘패소 동부의 월마트 매장에 20대 백인 남성이 들이닥쳐 소총을 난사했다. 쇼핑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엎드리거나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자녀들과 쇼핑을 하고 있던 아드리하나 케사다 씨(39)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총소리를 들었을 때 지붕 공사와 같은 충격이라고 생각했다”며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날 매장에서는 8월 중순 미국 초중고교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을 싸게 파는 ‘백 투 스쿨’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말 쇼핑객 3000여 명과 직원 100여 명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아이와 부모들이 매장 밖으로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전했다. 매장에서 탈출한 마누엘 우르추르투 씨(20)는 뉴욕타임스(NYT)에 “사람들이 울고 아이들과 노인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 배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6∼8개월 된 아이도 봤다”고 말했다.

 엘패소 경찰 당국은 사망자가 최소 20명, 부상자는 26명이라고 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사람들이 평소처럼 여유롭게 즐기던 날이 텍사스 역사상 가장 끔찍한 날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엘패소 경찰은 사건 장소인 월마트 매장 밖에서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앨런에 거주하는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21)를 체포했다. 엘패소에서 10시간이 떨어진 곳에 사는 크루시어스가 왜 먼 곳까지 와서 범행을 저질렀는지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레그 앨런 앨패소 경찰서장은 크루시어스가 작성해 온라인에 올렸을 가능성이 있는 성명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사건 발생 20분전에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성명서에 이민자들을 공격하고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을 공격한 총격범에 동조하는 내용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NYT는 “히스패닉이 내가 사랑하는 텍사스 지방과 주 정부를 장악하고 그들의 필요에 따라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내용이 성명서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후아레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앨패소 인구의 80%는 히스패닉계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 수천 명이 민주당 대선주자인 베토 오로크 전 텍사스 주 하원의원과 항의 행진을 벌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 이번 사건에 대해 “비겁한 행위”라며 “어떤 이유나 변명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일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총기 규제 논란도 또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올해 미국에서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5번째 총기난사 사건이다. 앞서 캘리포니아 길로이 마늘축제 총격 사건, 미시시피 월마트 총격 사건 등 4번의 사건으로 모두 26명이 숨졌다. 이번 사건 전까지 2006년 이후 범인이 21세 이하인 11번의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했다. 오로크 전 의원은 “총기 폭력을 다루는 문제의 진전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깨버렸다”며 “이 낙관론과 희망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해마다 4만 명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미래가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