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통제만 한다고 ‘베이징 비키니’ 사라질까

통제만 한다고 ‘베이징 비키니’ 사라질까

Posted July. 10, 2019 08:29,   

Updated July. 10, 2019 08:29

日本語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한국인 소상공인들이 요즘 골치를 앓고 있다. 베이징시 정부가 도시 경관 정비를 이유로 과거엔 묵인했던 무허가 증축 시설 철거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 일부를 철거하면서 식당 내 일부 공간이 없어지거나, 공원 안 불법 증축을 이유로 문을 닫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지만 오랫동안 묵인해오던 당국의 무자비한 철거 움직임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2017년 말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구 불법 개축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이 사망한 직후 한겨울인데도 베이징의 저소득층 거주 건물들에 대한 일제 철거가 진행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국의 규제 단속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방예(膀爺·웃통 벗는 남성)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베이징 비키니’로 불리는 웃통 벗은 남성들의 도심 활보 모습에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톈진(天津) 선양(瀋陽) 지난(濟南)시 등에선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는 이른바 ‘문명적이지 않은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50∼200위안(약 8500∼3만4000원)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예고도 곁들였다.

 그러자 런민(人民)일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가 6일 밤 “잘 가! 방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샤커다오는 삼국지 수호전 등의 사례를 들며 중국 고전에선 웃통을 벗는 인물들이 용맹한 성격을 드러냈다는 다소 익살스러운 비유를 했다. 샤커다오는 “오랜 기아, 빈곤, 전란의 역사 속에서 중국의 평민, 백성들은 피서 자원도 부족했다. 그들은 무더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옷을 벗는 수밖에 없었다”며 “환경에 대응하는 생활방식이 문명, 문화라 한다면 웃통을 벗은 ‘동지’들을 ‘문명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샤커다오는 ‘방예’가 사라져야 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사회가 진보했으니 과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행위라도 갈수록 용인되기 어렵다. 공공장소에서 기본 예의를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上海)시는 이달 1일부터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50∼300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상하이 시민들은 당황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돼지가 먹을 수 있는 건 젖은 쓰레기, 돼지가 못 먹는 건 마른 쓰레기, 돼지가 먹고 죽을 수 있는 건 유해 쓰레기, 팔아서 돼지를 살 수 있는 건 재활용 쓰레기”라는 ‘돼지 분리수거론’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9일 평론에서 “분리수거 성공을 위해 사회적 동원이 중요하고 법률은 (단속의) 이빨이 있어야 한다. 문명은 단속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드파워에 비해 소프트파워, 즉 대외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라는 걸 중국도 조금씩 인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과도한 사회 통제로만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베이징 비키니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적) 흐름을 따라야지 거칠게 막는 건 좋지 않다”라는 샤커다오의 지적처럼.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