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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 투병 이기고 새 앨범 낸 조지 윈스턴 “나는 살아 남았다”

세차례 투병 이기고 새 앨범 낸 조지 윈스턴 “나는 살아 남았다”

Posted July. 04, 2019 09:24,   

Updated July. 04, 20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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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70)이 돌아왔다.

 진정한 치유의 음악가다. 음악적 서정성 때문만은 아니다. 윈스턴은 두 차례 암에 걸렸다. 암을 이긴 뒤에는 골수 이형성 증후군을 앓았다. 2013년 골수 이식까지 받는 대수술 후 윈스턴은 다시 피아노 앞으로 돌아왔다.

 새 앨범 제목 ‘Restless Wind’(사진)는 바람 잘 날 없었던 자신의 삶을 은유하는 듯하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에 머무는 윈스턴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윈스턴은 “지금은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미국 순회공연과 다음 앨범 준비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당장 한국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신작 첫 곡 ‘Autumn Wind (Pixie #11)’부터 윈스턴은 건재를 맘껏 뽐낸다. 5분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강력한 타건.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시리도록 투명한 음표들을 듣다보면 노장이 휘두르는 크리스털 막대에 두개골을 연타당하는 듯하다.

 “타건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한 연습입니다. 적어도 2시간씩은 매일 피아노 연습을 합니다. 뉴올리언스풍 리듬 앤드 블루스 피아니스트들이 제 우상이에요. 제임스 부커, 헨리 버틀러, 프로페서 롱헤어, 닥터 존의 연주를 아직도 연구합니다.”

 윈스턴은 1980년대 초반 ‘Autumn’ ‘December’ 앨범으로 전 세계에 뉴 에이지(new age) 음악 열풍을 지폈다. 뛰어난 연주 기술, 수채화 같은 멜로디로 대중을 매료시켰다. 음반마다 수백만 장이 팔렸다. 피아노 솔로 연주 음반으로는 전대미문의 기록. 짙은 애수를 담은 ‘Thanksgiving’은 피아노 연주의 고전이 됐다.

 “1982년 중반에 저를 찾아온 곡입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몬태나주 마일스시티의 정경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죠.”

 윈스턴은 계절이 작곡에 가장 큰 영감을 준다고 했다. 시골과 도시, 그 지형과 풍광이 계절마다 변할 때 특히 그렇다. 전작 ‘Spring Carousel’(2017년)에는 특별한 계절을 담았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이 마침 (2013년) 봄이었어요. 의료진의 배려로 매일 밤 병원 강당에서 피아노 연습을 했습니다.”

 그 작은 강당에서 윈스턴은 동료 환우들을 위한 공연도 세 차례나 열었다. 병원에서 지은 곡들을 담은 ‘Spring Carousel’ 앨범의 수익금은 전액 암 연구 기금으로 기부했다.

 윈스턴은 신작에서 조지 거슈윈의 ‘Summertime’,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 같은 명곡들을 재해석했다. 록 밴드 도어스의 ‘The Unknown Soldier’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도어스의 모든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 곡은 특히 앨범에 실린 다른 곡들과 잘 어울렸어요. 보컬과 오르간 기반의 원곡을 피아노 독주로 바꾸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 만족스럽게 완성했죠.”

 치유 음악, 명상 음악이라는 세간의 평에 스스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하며 멜로디가 강조된 점에서 ‘포크 피아노’라 부르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의 좀더 빠른 템포의 곡들과 상호보완을 이룬다고 봅니다.”

 음악 밖의 관심사를 묻자 요즘 천문학과 우주론에 심취해 있다고 했다.

 “투병 중에 피아노를 치다 별안간 회전목마가 떠올랐습니다. 행성, 달, 별, 은하계…. 모든 것은 원과 같이 순환하지 않습니까.”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