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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 ‘우산혁명’ 5년만에 도로점거 시위

홍콩 시민들, ‘우산혁명’ 5년만에 도로점거 시위

Posted June. 13, 2019 09:28,   

Updated June. 13, 20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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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등 젊은층이 주도해 도로를 점거하고 입법회(의회)를 포위한 12일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는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을 연상시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수만 명의 시위대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를 외치며 입법회를 둘러싸고 의원의 진입을 막았고 홍콩 정부는 예정됐던 법안 심의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심의와 법안 표결이 동시에 진행되며 시위대는 입법회를 포위한 채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제2의 우산혁명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법안은 홍콩이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입법회를 포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날 밤부터 대학생 등 수백 명의 시민이 입법회 주변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옷을 입었으며 일부는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해 노란색 헬멧과 고글을 썼다. 시위대가 도로의 블록을 깨서 모으는 장면도 포착됐다.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금속 바리케이드와 벽돌로 장벽을 만들었다. 버스 통행도 전면 중단됐다. 2014년 우산혁명 당시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뒤 시위대가 도로를 다시 점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젊은 시위대는 “법안을 폐기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우리를 과소평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CMP는 시위대가 정부를 겨냥해 “홍콩을 팔아넘기는 배신자들”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민간인권진선은 20일까지 모든 홍콩인이 파업에 나서 입법회를 포위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24시간 안에 살해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시위대에는 대학생, 상인, 예술인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됐다. 72개 고교 학생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 등 7개 대학 학생도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합류했다. 기업과 상점 400곳이 문을 닫았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대형 은행도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도록 유연 근무제를 허용했다.

 70석의 입법회는 대부분 친중파 의원들이 장악해 2차 심사 연기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가 법안 추진을 강행하면 현실적으로 표 대결에서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다. 경찰이 ‘해산을 하지 않으면 발포’라는 경고문이 적힌 깃발을 내걸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SCMP는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9일 대규모 시위 같은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