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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멕시코 관세’에 참모들 발칵…쿠슈너도 출장중 “반대” 전화

트럼프 ‘멕시코 관세’에 참모들 발칵…쿠슈너도 출장중 “반대” 전화

Posted June. 03, 2019 08:38,   

Updated June. 03, 20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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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이민자의 미국 내 유입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멕시코에 5% 관세를 부과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선언’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관세권을 남용한다”는 비판과 함께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멕시코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brinkmanship)’ 전략은 다른 국가들이 자신의 요구에 굴복하도록 하려는 압박 정책의 새롭고도 위험한 장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자 2020년 재선의 주요 이슈가 될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와 상관없는 경제 분야까지 보복하는 협상 카드로 연계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백악관 참모진도 반대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밤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중동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전화를 걸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기 위해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각국 비준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036명의 불법 이민자가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것에 단단히 화난 상태였다. 그는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았고, 관세 부과 방침이 결정된 직후 언론 공개를 원했다.

 측근들은 발표 다음 날인 31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뒤집기 위한 회의를 계속했고, 이를 지켜보는 행정부 관료들은 혼돈 상태에 빠졌다. 결정 내용에 놀란 의회 및 재계 관계자들의 전화도 홍수처럼 밀려왔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는 “인정사정없는 힘의 사용이라는 전례 없고 다면적인 실험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레버리지를 잘 만들어 내지만 이를 통해 미국에 이로운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미국으로 급파했다. 이들은 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과 협상을 벌인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일 “협상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지만 국내 여론으로부터는 “백악관에 더 강하게 맞서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대해 “5일부터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1일 성명에서 “인도가 자국 시장에 (미국 제품의) 공정하고 합당한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지 못했다”며 개도국 특혜관세 지정국에서 인도를 제외하는 이유를 밝혔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도입해 120개 개도국에 관세 면제 혜택을 부여해 왔다. 인도를 제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인도 정부가 관세 보복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했지만 미국은 이를 강행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