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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대화서 ‘동상이몽’ 드러낸 韓-美日 국방수장

샹그릴라 대화서 ‘동상이몽’ 드러낸 韓-美日 국방수장

Posted June. 03, 2019 08:38,   

Updated June. 03, 20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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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비핵화 국면에 대한 한미일 국방 수장의 온도 차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에서였다. 미일 국방장관이 북한을 ‘엄청난 위협’이라며 대북 공조 강화를 강조한 것에 비해, 한국은 남북 군사상황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한국은 ‘북한 속사정’을 알리며 국제사회를 이해시키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엄청난 위협(extraordinary threat)”이라며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한반도 비핵화(FFVD)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의 능력은 역내 동맹국 및 미국 영토 등을 확실히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같은 날 기조연설을 한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은 미국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북 기조는 더 강경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변치 않았다. 일본 전역이 사정권이고 미 본토와 유럽도 타격할 수 있다”며 “북한은 모든 탄도미사일을 폐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추구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기조연설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정 장관은 JSA 비무장화 등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 내용을 소개한 뒤 “남북 군사상황이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 위협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대신 “북한은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며 북한의 ‘숨은 노력’을 알리는 모습도 보였다. 정 장관은 이후 질의응답에선 북한의 지난달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대화로 풀어가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숨겨진 의미”라며 “북한은 미국에 조금 양보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 같은 발언은 북-미 및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북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회의장 주변에서 나왔다. 북한의 위협을 축소하다 한국 국방수장이 적국인 북한을 앞장서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가열되자 정 장관은 “한국 입장에서도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라며 “다만 ‘남북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한 건 군사합의로 지해공 완충 구역이 설정되면서 직접적인 군사적 긴장도가 낮아졌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쏜 미사일의 정체에 대해서도 미일과 한국은 확연히 다른 입장이었다. 이와야 방위상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매우(extremely)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섀너핸 대행은 샹그릴라 대화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반면 정 장관은 싱가포르에서도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정확한 정체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한미의 공식 입장”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인지를 확정하려면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한미 공식 입장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미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 입장을 한국과 다르게 말했다. 한일이 각자의 대북 정책에 유리한 쪽으로 미국 입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정 장관은 비핵화 방법론에 있어서도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을 뿐, 미일이 촉구하는 CVID나 FFVD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CVID나 FFVD에 대해 ‘미제(미국)의 날강도적 행태’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다만 한미일 국방장관이 2일 3자회담 후에 낸 공동 언론보도문에는 “3국 장관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