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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유혹하는 ‘학교앞 담배광고’

Posted March. 26, 2019 09:02,   

Updated March. 26, 20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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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광고를 보면 실제 무슨 맛일까 궁금해져요.”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 편의점에서 만난 정모 양(12)은 “편의점에 갈 때마다 담배 광고에 시선이 꽂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편의점 계산대 뒤로 만화나 유명 영화 캐릭터를 이용한 각종 담배 광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 담배 광고물에는 ‘최상의 맛과 향’, 또 다른 담배 광고물에는 ‘산뜻하고 풍부한 맛’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청소년들이 학교 주변 편의점 등에서 담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소매점의 담배 광고물은 1년 새 50% 이상 늘어 청소년 흡연율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2016년 6.3%까지 떨어졌지만 이듬해 6.4%, 지난해에는 6.7%로 소폭 올랐다.

 25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주변 담배 소매점 1곳당 담배 광고 게시물 수는 평균 22.3개로 전년 14.7개보다 7.6개나 늘었다. 편의점만 놓고 보면 1곳당 담배 광고는 평균 33.9개나 됐다. 이는 지난해 9∼10월 서울시 초중고교 200곳의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 내 담배 소매점 1011곳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 지역 한 학교당 주변 담배 소매점은 평균 7곳이었다. 상업시설이 인접한 한 학교 주변에는 담배 판매처가 27곳이나 됐다. 담배 소매점 중 91%는 담배 광고를 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소매점 내부의 광고물은 영업 공간 밖에서 보여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담배 광고물을 설치한 소매점의 72%는 광고물을 밖에서 볼 수 있었다. 담배 광고 차단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된 셈이다.

 유해성을 숨기거나 담배의 맛 또는 향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광고 내용도 문제다. 일부 광고들은 ‘유해성분 90% 감소’ ‘풍부한 맛, 부드러운 목 넘김’ 등의 문구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판매점주들도 이런 담배 광고의 유해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 544명 중 189명(34.7%)은 담배 광고가 흡연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77.2%는 학교 주변 200m 안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데 찬성했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소매점 밖으로 노출된 담배 광고를 적극 단속하겠다”며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려면 국회 계류 중인 학교 주변 담배 광고 및 진열 금지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