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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뒤 봐준’ 리하오퉁, 1억 날렸다

Posted January. 29, 2019 09:34,   

Updated January. 29, 20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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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 골프 룰을 개정하면서 내건 기치는 ‘더 쉽고, 더 빠르게’다. 분실구 찾는 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이고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기, 준비된 선수부터 먼저 치기 등 개정된 조항 대부분이 그렇다.

 새로운 골프 규칙 중 ‘그린에서 깃대 꽂고 퍼팅 가능’의 경기 시간 단축 효과는 아직 미지수지만 ‘캐디 얼라인먼트(정렬) 금지’는 신속한 경기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골프대회 중계를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캐디가 선수 뒤에서 에이밍(목표 설정)에 도움을 주는 일명 ‘캐디의 뒤 봐주기’가 적발돼 벌타를 먹는 사례가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리하오퉁(24·중국·세계랭킹 43위)이 27일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5)에서 기록한 버디가 보기로 둔갑한 것. 경기위원은 퍼팅 스트로크 바로 직전 리하오퉁의 캐디가 옆으로 비켜섰지만 이미 뒤 봐주기 도움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새 규정엔 ‘선수가 스트로크를 위한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해 스트로크로 이어지는 연속 동작 동안에 캐디는 어떤 이유로든 플레이 선상의 볼 후방 연장전이나 그 선 가까이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2벌타를 받은 리하오퉁은 공동 3위(16언더파)에서 공동 12위(14언더파)로 추락했고 손해 본 상금 차이는 9만540유로(약 1억1555만 원)에 이른다.

 디펜딩 챔피언이라도 봐주지 않고 내려진 엄벌이기에 ‘리하오퉁 사건’의 상징성은 크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일부 한국 선수 중에는 퍼팅 때는 물론이고 티샷이나 페어웨이 샷 때도 타깃 라인을 잡을 때 캐디의 도움을 받는 것이 습관화된 선수가 많아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뒤 봐주기 금지’ 조항은 퍼팅은 물론이고 모든 샷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캐디 의존도가 높았던 선수들은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