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朴전대통령 수감된 서울구치소서 첫밤

　24일 오전 1시 57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운명을 가른 시간이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전날 오후 4시 30분부터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교도관이 영장 발부 소식을 알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피의자에서 미결수(未決囚)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영장 심사 대기자가 별도로 머무는 곳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6시 30분부터 서울구치소 내 다른 수형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이동해 재수감됐다. 여기서 이른바 ‘머그샷’으로 불리는 얼굴 사진을 찍고, 샤워를 한 뒤 운동복을 벗고 카키색의 미결수복으로 갈아입었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자 번호표’가 붙었다.

　곧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딸기잼을 곁들인 모닝빵, 수프와 채소샐러드, 우유로 아침식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점심식사로는 뼈우거지탕과 두부조림 등이 제공됐다. 수감 첫날임을 감안해 검찰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최정숙 변호사 등을 접견해 향후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머무는 독방은 일반 수형자들이 있는 곳과 똑같다. 6.56m²(약 1.9평) 규모의 독방이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12.01m²(약 3.2평) 규모의 절반 정도 크기다.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실은 일반 수형자가 머무는 곳과 장소가 격리되어 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수감된 방 양옆으로는 다른 수형자들의 방이 붙어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은 예우 차원에서 수형자 6, 7명이 함께 사용하는 곳을 독방으로 제공한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은 예외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킨 공범인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여성 수형자 시설에 있어 양 전 대법원장과 부딪힐 가능성이 없다. 또 다른 공모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 있다.


김동혁 hack@donga.com · 전주영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