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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싸움에 흔들리는 아시아 국가들

Posted December. 05, 2018 08:14,   

Updated December. 05, 20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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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뜬 후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자매지인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최근 중국과 필리핀에 관계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전통적인 미국 우방이던 필리핀은 최근 눈에 띄게 친중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달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 정상으로서는 13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했으며, 양국은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석유와 가스 개발에 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를 포함해 무역·투자·인프라 개발 등 29개 협약에 서명했다. 당시 시 주석은 필리핀 언론 기고문에 “(양국 관계는) 비가 그친 뒤 무지개를 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필리핀 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거세다. NAR은 “최근 필리핀 여론조사에서 5명중 4명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더 강경해야한다고 답했다”며 “내년 필리핀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관계는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 미국 역시 견제구를 날렸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지난달 28일 현지 필리핀스타 인터뷰에서 “미국이 필리핀의 유일한 동맹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필리핀의 사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 끼어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최근 무역 갈등을 빚던 미국과 중국이 잠시 휴전을 선언했지만 여전한 패권 경쟁 기조에서 지정학적으로 G2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경제력 등이 약한 동남아시아 국가는 더 큰 부침을 겪는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이냐 미국이냐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일이 곧 닥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21세기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며 ‘친중’ 노선을 걷다가 ‘빚더미’에 오르며 ‘탈중’을 시도하는 국가들은 부침의 대표적인 사례다. 친중파 현직을 누르고 몰디브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는 지난달 17일 취임사에서 “국고가 약탈당했다. 중국으로부터 너무 많은 빚을 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탈중’을 선언했다.

 역시 일대일로 부채국인 스리랑카에서는 최근 ‘친중파’ 신임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임명을 두고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 대통령을 맡았던 라자팍사는 재임기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함반토타항 건설 등을 주도했지만 스리랑카는 최근 빚을 갚지 못해 함반토타항을 중국에 99년간 임대해야 했다. 스리랑카 의회가 신임 총리에 대해 2차례 불신임 의결하고 총리자격 취소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3일 스리랑카 고법은 라자팍사 총리의 지위를 일시정지 시켰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 중엔 미국과 중국의 구애를 한꺼번에 얻으며 이득을 보기도 한다. 남중국해와 접촉면이 많은 베트남의 경우 동남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과 중국의 구애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올해에만 두차례 베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다수의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밀당’ 혹은 ‘줄타기’로 불안한 균형을 유지한다. 한 예로 태국의 경우 전통적 동맹인 미국과 안보관계를 굳건히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중국으로부터 4억 달러 무기 구입을 진행했다. 태국은 10월 말 말레이시아와 함께 중국과 해상 연합 군사훈련을 진행한바 있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