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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치인 기세등등 아프리카가 달라졌다

여성정치인 기세등등 아프리카가 달라졌다

Posted November. 07, 2018 07:21,   

Updated November. 07, 20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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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성 정치인’ 열풍이 불고 있다. 에티오피아 의회는 지난달 말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고, 르완다와 이집트, 말리 등에서도 여성 장관 임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 할례(割禮)를 비롯해 미성년 여성 강제 결혼, 명예 살인 등 여성 인권 후진국으로 악명 높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에티오피아 같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 국가 원수의 임명은 미래를 위한 새 기준이 될 것이다. 독립적 의사결정권자로서 여성을 정상화하는 것.”

 에티오피아 총리실은 지난달 25일 외교관 출신인 사흘레워크 제우데(68·사진)를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배출한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하고,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과거의 인식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의원내각제인 에티오피아는 총리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담당하고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원수로 통한다. 대통령은 법률 공포,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접수, 사면권 행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제우데 신임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락 연설에서 “내가 이미 여성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것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사실도 알 것”이라며 임기 중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또 “남성과 여성의 인권이 동등한 수준이 될 때, 에티오피아는 후진국이란 오명을 잊고 번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성 평등 지수(2017년 기준)에서 에티오피아는 160개국 중 121위로 하위권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2005년 서아프리카 국가 라이베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흑인 여성 대통령이 나온 뒤 지금까지 총 4차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럼에도 제우데 신임 대통령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지난달 내각 개편을 하면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국방장관을 비롯해 새로 신설된 평화장관에서 여성을 발탁하는 등 전체 장관 20명 중 절반인 10명을 여성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42)는 이달 1일 연방 대법원장, 5일 정부 대변인을 여성으로 지명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이 정부 고위직에 포진한 적은 없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동아프리카 르완다, 북아프리카 이집트 등에서도 불고 있다. 그동안 여성 정치인들이 교육이나 복지, 의료 등 특정 영역에 발탁됐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교와 무역, 국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풍(女風)을 일으키고 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지난달 “아프리카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무역장관을 비롯해 내각 절반을 여성으로 꾸렸다. 르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 내각의 핵심 키워드는 ‘여성과 젊음, 변화’다.

 이 밖에도 말리에서도 외교장관을 포함해 새 내각 구성안에 상당수 여성을 포진시켰으며 이집트도 6월 신임 보건장관 및 환경장관으로 여성을 임명했다. 이집트는 현재 전체 장관 32명 중 8명을 여성으로 둬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장관을 두고 있다. 말리는 성 평등 지수 157위, 이집트는 101위다. 이 밖에 우간다, 에리트레아, 탄자니아 등에서는 아예 국회의원에 여성 쿼터제를 도입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현지 언론 아프리카뉴스는 “빈곤과 지역 간 불균형, 여성 차별과 성범죄 등이 만연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나은 시대’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