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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불청객’ 된 힐러리 클린턴

Posted October. 27, 2018 09:18,   

Updated October. 27, 20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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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 승리가 유력한 민주당에 ‘불청객’이 등장한 듯한 모양새다. 일부 진보 지지층 사이에서 불청객으로 지목된 인물은 2016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이다. 그가 최근 선거를 앞두고 주요 방송들과 인터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자 진보 진영 내에서 “지금은 그가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된 건 민주당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클린턴의 발언이었다. 클린턴은 14일 CBS 인터뷰에서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당시 사임했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르윈스키)는 당시 성인이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의 미셸 코틀 논설위원은 17일 칼럼에서 “(클린턴은) 남편의 성추문 이야기가 나오면 사건에 연루된 여성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며 “동료 민주당원들이 더 곤란해지기 전에 클린턴이 더 이상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막아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이 미투 캠페인에 찬성하는 여성 유권자들인 상황에서 덮어놓고 남편을 옹호하는 클린턴의 발언이 득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클린턴은 또한 9일 CNN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상대로 더 과격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가 상대 진영의 ‘전투력’만 높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클린턴은 9일 CNN에 출연해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파괴하는 정당을 상대로 점잖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코틀 논설위원은 17일 칼럼에서 “악감정을 경쟁적으로 부추기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꺼리는 시민들이 많다”며 “클린턴의 발언은 공화당 지지층만 열광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하원 예상 의석수에서 공화당과의 격차도 많이 좁혀져 방심하거나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은 아직도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한 클린턴을 단골 공격 소재로 삼으며 그의 존재를 공화당의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역이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텍사스주 유세에서 “클린턴을 대법관에 지명해 (대선 당시 불거졌던 e메일 스캔들에 대해) 조사를 받게 하자”고 조롱조로 말했다. 그러자 공화당 지지자들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뜻의 “그녀를 가둬라(lock her up)”란 구호를 일제히 외쳤다. 클린턴이 방송에 얼굴을 비춰 회자될 때마다 트럼프 지지층의 투표 의지만 높이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민주당 내 우려가 기우가 아닌 셈이다.

 물론 ‘최초의 여성 미국 대통령 타이틀’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었던 클린턴의 존재가 마냥 문제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19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클린턴은) 여전히 민주당에서 가장 후원금을 잘 모으는 인물이고 멀리 보는 안목을 갖고 있다”고 호평했다. 클린턴에게 지지유세를 부탁하지 않는 후보들도 후원금 모금에는 그가 나서주기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클린턴은 중간선거 직후인 11월 13일부터 6개월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13개 도시를 돌며 남편과 함께 ‘클린턴과의 저녁’이란 제목의 ‘스피치 투어’를 할 계획이다.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