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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영광’ 시카고에 드리운 ‘폭력의 그늘’

‘노벨상의 영광’ 시카고에 드리운 ‘폭력의 그늘’

Posted October. 13, 2018 08:56,   

Updated October. 13, 20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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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카고대 휘장에는 불사조 머리 위에 ‘Crescat scientia: vita excolatur’란 라틴어 문장이 적혀 있다. ‘지식이 샘솟아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이란 뜻이다. 그래서일까. 시카고대는 미국 명문대 중에서도 공부를 혹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하다. 시카고대가 유독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이런 학업 풍토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카고대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폴 로머 뉴욕대 교수(62)와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77)가 선정되자 8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시카고대가 91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로머 교수는 이 대학에서 수학 학사(1977년), 경제학 박사 학위(1983년)를 받았고 1988∼1990년 교수로 재직했다.

 다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 대학은 ‘시카고학파’로 알려진 경제학의 한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1950∼1962년 교수를 지낸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후 2013년에는 유진 파마와 라스 피터 핸슨 교수가 공동수상을 했다. 지난해에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수상했다.

 대학 측은 “시카고대 소속 또는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91명 중 30명이 경제학 전공자”라고 밝혔다. 엄격한 의미에서 시카고학파란 20세기의 시카고대 경제학부의 멤버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학의 지나친 수리적 접근 및 정형화에 반대하고, 자유주의와 자유시장 가격이론을 고수하는 부류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미국 중부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안한 치안은 올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전미 경찰서장 연례 콘퍼런스에서 “시카고에서 총기 범죄가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 시카고의 총기 살인범죄 억제를 위해 불심검문을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시카고에서는 총기 범죄로 389명이 숨지고 1984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중심가인 사우스루프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생후 6개월 된 아기와 13세 소녀, 27세 남성과 37세 여성 등 4명에게 총상을 입혔다. 아기는 복부에 두 발의 총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은 건졌고, 13세 소녀는 어깨에, 37세 여성은 무릎에, 27세 남성은 팔에 총상을 입었다.

 8월 초에는 주말을 앞둔 3일 밤부터 월요일인 6일 새벽까지 시내·외에서 총격전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1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갱단의 총격전에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불과 10여 일 후인 17, 18일에도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정확한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3명 이상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그가 퇴임 연설을 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 기념관도 들어설 곳이 시카고다. 하지만 미국 내 대도시 중에서도 총기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란 악명이 ‘노벨상의 도시’라는 영광을 무색하게 한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