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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합의’ 번역 논란, 이러고도 국회 비준인가

‘종전선언 합의’ 번역 논란, 이러고도 국회 비준인가

Posted September. 13, 2018 08:50,   

Updated September. 13, 20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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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이 최근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의 영문 번역본이 6·25 종전선언과 관련해 기존 청와대 번역본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올해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번역했지만, 이번 유엔 제출본에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바뀌었다. ‘연내 종전선언 채택’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정부는 청와대 번역본은 비공식 초안이었고 유엔 제출본이 원문에 충실한 공식 번역본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조문은 판문점선언 3조 3항.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대목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평화체제 구축을 쉼표도 없이 이어놓은 이 문구를 두고 그 주체와 시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지만 당국자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내용이다.

 그러고 4개월 반이 지나 영문 번역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남북이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유엔 제출본이 제대로 된 번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더 큰 논란을 낳는다. 종전선언을 남북 양자 간에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인데, 과연 미국이 빠진 종전선언에 합의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 직후 “종전선언 등은 남북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했던 게 통일부다.

 특히 이번 유엔 제출본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공개한 번역본에 더 가깝다. 공동 번역본을 만들면서 핵신고에 앞서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에 맞춰준 셈이 됐다. 애초부터 진전 상황에 맞춰 추진하자는 취지로 모호하게 합의문에 넣은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북 공조를 보여주기 위해 국제사회에 제시한 내용이 또 다시 논란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면서 내년도 이행 비용으로 4712억 원을 책정했다. 이 비용추계는 전체 비용이 아닌 내년 1년분일 뿐이다. 장단기적으로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각종 연구기관의 예상치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비용추계 일부라도 내놓으며 공론의 장에 넘긴 것은 다행일 수 있다. 이제 국회가 하나하나 제대로 따진다면 판문점선언이 과연 비준 대상이 되는지도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