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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31번으로 돌아올 정수빈

Posted September. 08, 2018 07:45,   

Updated September. 08, 20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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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군 시절’만큼 빨리 흘러가는 시간도 없다. 하지만 전역을 하루 앞둔 6일 경찰야구단 벽제야구장(경기 고양)에서 만난 정수빈(28·두산)은 “시간이 빨리 지났다”고 했다. 경찰야구단에서 보낸 21개월, 그를 ‘잠실 아이돌’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2년의 공백이었지만 야구선수 정수빈에게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되찾은 시간이었다.

 “입대 전에 야구에 대한 흥미를 좀 잃었어요. 야구가 잘 안 되니까 재미없게 느껴졌어요. 입대하고 목표가 자기발전 이런 것보다는 야구를 재밌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 이거 하나였어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실력은 따라오는 것 같더라고요.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결과를 받아들이면 편안해지는데…. 이제 나가서는 못하든 잘하든 일단 재밌게 야구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15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지만 2016시즌 정수빈은 114경기 타율 0.242에 그쳤다. 프로 데뷔 후 최악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정신적으로 못 버텼어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걸 풀지를 못하고 1년을 가져갔어요.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야구도 활기차게 못했고요. 그때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못하나’ 한심했는데 2년 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한 걸 느껴요. 복귀해서 팬들이 기억해 주시던 제 모습만 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도 성공일 것 같아요.”

 정수빈은 이제 4타수 무안타를 치고도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멘털로 해야 오히려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안 된다고 풀 죽고 인상 쓰고 있으면 더 우울하잖아요. 속으로는 울어도 겉으로는 웃어야 해요.”

 이제 곧 다시 서게 될 서울 잠실야구장은 지난 2년간 그가 가장 그리워한 곳이다.

 “잠실야구장이 정말 크고 좋은 무대였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팬들의 함성소리도 그리웠고요. ‘내가 그렇게 큰 야구장에서 야구를 한 게 정말 기쁜 일이었구나’ 느꼈어요. 그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좀처럼 ‘난 자리’ 티가 나지 않는 두산은 올 시즌도 어김없이 압도적 선두다. 정수빈 역시 “군대 가면 잊혀지는 건 금방”이라며 웃었다.

 “밖에서 보니 두산이라는 팀이 확실히 잘하는 것 같아요. 원체 선수층이 두꺼워서 누가 빠져나가도 다른 선수가 잘 메워요. 저도 이제 경쟁해야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요.”

 유독 가을마다 활약이 두드러졌던 정수빈이기에 서늘한 9월 복귀에 자신도 있다.

 “사람마다 패턴이 있는데 저는 찬바람이 솔솔 불면 컨디션이 좋아지더라고요(웃음). 30경기 조금 안 남았는데 두산에 많이 보탬이 되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잘할 자신도 있고요. 나름 경험도 많아서 제 몫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7일 전역한 정수빈은 8일 문학 SK전부터 선수단에 합류한다. 어느덧 10년 차 고참이 된 정수빈에게는 새로 맞이할 후배도 여럿 생겼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던 ‘떼창 응원가’가 저작권 논란 속에 사라지게 됐다는 것. “아쉽긴 하다”는 정수빈은 “돌아가면 예의상 한 번은 불러주시겠죠(웃음). 돌아가면 제 것(응원가)이 있을까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두산이 새로 준비한 창작곡은 다음 주 잠실 안방경기 때부터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시 타석에 선 정수빈을 본 순간 두산 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그때 그 노래를 부르고 있을 듯하다. ‘날려라 날려 안∼타. 두산의 정수빈. (안∼타 정수빈)’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