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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前유엔사무총장 별세…“평화 헌신 위대한 리더 잃었다”

코피 아난 前유엔사무총장 별세…“평화 헌신 위대한 리더 잃었다”

Posted August. 20, 2018 08:50,   

Updated August. 20, 20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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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교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향년 80세.

 아프리카계 흑인, 유엔 평직원 출신으로는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른 그는 10년간 뛰어난 지도력과 중재력으로 유엔을 이끌며 빈곤과 에이즈 퇴치 등 전 세계의 안정을 위해 힘써왔다. 이 공로로 2001년 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38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가나 남부 쿠마시에서 태어난 그는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1990년 걸프전 때 사무총장 특사로 임명돼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900여 명의 인질 석방을 이끌어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3년 평화유지군담당 사무차장으로 전격 발탁됐고, 1997년 유엔 제7대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주요 업적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엔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개념을 확산한 것이다. 이전까지 유엔은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평화유지군담당 사무차장 당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1995년 스레브레니차 대학살(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병대가 이슬람교도 80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유엔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그의 임기 중에는 2001년 9·11테러,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전쟁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퇴임 후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유감이었다”고 회상했다.

 임기말 그는 이른바 ‘석유-식량(oil-for-food) 프로그램 스캔들’에 휘말리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06년 임기를 마치고 은퇴한 그는 2007년 부인의 모국인 스위스에 코피 아난 재단을 세우고 평화 전도사로 활동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의 별세 소식에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며 “평화를 추구하는 게 코피 아난을 추억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