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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뽑고 아보카도 심는 케냐농부들

Posted August. 17, 2018 11:33,   

Updated August. 17, 20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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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나라 케냐에 ‘아보카도’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 아보카도가 건강다이어트 식재료로 인기를 끌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케냐 농부들이 커피나 차(茶) 재배를 접고 아보카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지난해 케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만1500t을 수출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아보카도 수출국이 됐다.

 사이먼 기마니 씨(73)도 커피 대신 아보카도 재배로 방향을 틀었다. 3년 전 약 2만 m² 재배지에 커피나무를 뽑고 아보카도 나무를 심었다. 세계적으로 아보카도 인기가 높아지자 돈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수확한 아보카도 100%를 수출하고 있다. 등급이 떨어지는 제품도 아보카도 오일을 만드는 회사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인 기마니 씨가 아보카도 재배로 방향 전환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재배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품질 관리에 커피보다 손이 덜 갔다. 그는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데는 수확을 돕는 직원 2명과 잘 드는 칼 정도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케냐는 지난해 전 세계 아보카도 생산국 순위(수출액 기준)에서 8위에 올랐다. 아보카도는 멕시코, 칠레, 페루 등 중남미에서 많이 재배된다. 10위 이내 중 아프리카 국가는 케냐가 유일하다. 케냐산 아보카도를 수입하는 곳은 대부분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인데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 비중도 늘고 있는 추세다.

 케냐 아보카도 수출회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셀리나 와무치의 존 오로코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나라보다 케냐의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는 “케냐의 온화한 기후는 아보카도 재배에 더없이 적합하다”며 “2012년 이후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극심한 가뭄에도 5만 t 이상의 수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숲속의 버터’로 불리는 아보카도는 치즈처럼 식감이 부드럽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에 비해 지방이 많은데 주로 불포화 지방산이라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다. 햄버거나 샌드위치, 샐러드에 베이컨이나 닭가슴살 같은 고기 대신 아보카도를 넣는 요리법도 유행하고 있다. 2017년 전 세계 아보카도 수출액은 60억 달러로 이는 전년 대비 약 34% 성장한 수치다.

 케냐 정부는 아보카도를 커피 같은 ‘수출 효자’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아보카도 재배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아보카도 생산국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소작농들이 아보카도 재배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무료 강좌 개설 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또 최근 유럽 국가들이 페루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보카도 수입을 늘리면서 거래 가격이 하락하자 인구도 많고 아보카도 수요도 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남아공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시행해 왔던 케냐산 아보카도 수입금지 조치를 지난달 해제했다. 그만큼 케냐산 아보카도의 맛과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남아공의 수입 재개는 케냐의 소작농들에게 더 큰 축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