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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후폭풍, 글로벌 밀 파동 오나

Posted August. 08, 2018 09:37,   

Updated August. 08, 20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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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이란 사회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날 미국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가 재개되기 전부터 이란에서는 리알화 가치 급락과 함께 금 사재기가 횡행하는 중이다.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생필품의 가격도 급등해 최근 이란 시민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사들이느라 분주했다. 시민들은 벌써부터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중동 언론에 따르면 이란 시민들은 “수주일간 고기를 먹지 못한 사람이 넘쳐난다” “집세는커녕 당장 오늘 먹을 음식을 걱정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이란 옥죄기가 본격화 됐다. 미국의 이란 제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핵 합의를 이행하면서 완화·중단한지 2년 7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5월 8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며 이달 6일까지를 ‘90일 유예기간’으로 통보한 바 있다.

 이란 제재는 미국 동부시간 7일 0시부터(한국시간 7일 낮 1시) 적용됐다. 이날 발효된 1단계 제재는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금지 및 이란 리알화를 통한 거래 금지 △이란 국채 매입 금지 △흑연 및 금속·자동차·소프트웨어 거래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제재는 미국 업체 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개인도 제재를 받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적용된다.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옥죄면서 글로벌 달러체제에서 ‘퇴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11월 4일부터 적용되는 2단계 제재다. 이 제재가 적용되면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수출까지 틀어 막히게 된다. 이란의 원유수출 규모는 257억 달러(약28조9000억원)로 전체 수출의 63%(2016년 기준·OEC 자료)를 차지한다.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2015년 핵합의 체결 이후 이란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서둘러 철수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BC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자동차 회사 푸조와 르노 등 5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이 이란과 거래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란에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프랑스 에너지업체 토탈은 지난 5월 사업 철수를 예고했고, 독일 전자기업 지멘스도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란에 100여대 항공기를 190억 달러에 공급하기로 했던 에어버스도 대부분의 계약을 포기할 전망이다.

 이란 리알화의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이란정부의 리알화 공식환율은 4만4000리알이지만, 암시장의 환율은 7월 한 달 간 25% 이상 상승했다. 리알의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이란 시민들이 금 사재기에 나서면서 최근 이란에서는 금값이 폭등했다. 

 국제 유가도 비상이 걸렸다. 11월 이란 제재가 적용되면 원유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 암리타 센은 CNBC 인터뷰에서 “(4분기가 되면) 가격이 80달러를 훌쩍 넘을 위험이 크며 심지어 90달러대까지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연합(EU)과 중국, 인도 등은 11월 적용되는 2단계 제재에도 미국처럼 석유 수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고심이 깊어지는 중이다. 특히 개별 기업들은 미국의 금융·에너지 시장에서 차단 될 위험이 있는 만큼 이란과 거래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정부가 11월 2차 제재에 대비해 물물 교환 형식의 석유거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수입 원유의 13%를 이란에서 들여오는 한국 정부 역시 고민에 빠졌다. 한국과 이란이 교역할 때 이용하는 원화 결제 시스템이 전면 중단되면 국내 기업들이 입을 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제재에 동참하는 대신 원유의 제한적 수입과 원화 결제 시스템에 대한 ‘예외적 지위’ 인정을 원하고 있다. 원화 결제 시스템은 이란 수입업체가 이란 중앙은행에 수입대금을 결제하면 국내 은행들이 한국 수출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이란 중앙은행에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 시스템이 중단되면 이란에 자동차, 냉장고 등을 수출하던 기업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제재를 준수하는 차원에서 원유 수입량 상당 부분을 감축하되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11월 2단계 제재가 시작되면 내년 이란 경제가 역성장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MI리서치 등은 이란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협정 탈퇴를 선언하기 전(4.3%)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제재를 하루 앞둔 6일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제재 압박이 크겠지만 우리는 단결하여 극복할 것이다”며 국민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 ·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