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독일 키미히 막아라

Posted June. 26, 2018 09:07,   

Updated June. 26, 2018 09:07

日本語

 비바람이 몰아친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온은 15도까지 떨어졌다. 2연패로 팀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황.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여러 악조건을 뚫고 회복훈련을 겸한 5 대 5 미니게임을 했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서지 않은 선수들만 참가한 가운데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 병장 홍철(28)은 수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이며 감각을 다듬었다. 동료들은 “(홍)철아! 잘했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홍철은 멕시코전에 교체 투입돼 12분을 뛰었다. 같은 시간에 멕시코전 선발로 84분을 뛴 일병 김민우(28·상주)는 숙소에서 함께 선발로 나섰던 동료들과 웨이트트레이닝, 수영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대표팀은 27일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 맞붙는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동갑내기 홍철과 김민우는 독일 ‘공수의 핵’ 요주아 키미히(23·바이에른 뮌헨)를 막아야 한다. 

 키미히는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황태자’로 불린다. 뢰프 감독은 “최근 10년간 독일이 배출한 선수 중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가 키미히다”라고 칭찬한다. 선수층이 두꺼운 독일이지만 키미히는 유럽 예선(10경기)과 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붙박이 주전’이다.

 키미히는 수비수이지만 개인기와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측면을 허문다. 또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통해 공격을 이끈다. 스웨덴과의 2차전(2-1 독일 승)에서 그는 1만1584m를 뛰어 독일 선수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패스 성공률은 91%였고, 크로스도 8번 시도했다.

 수비에서는 ‘커버 플레이’(동료가 전진하면서 생긴 빈 공간으로 들어가 수비하는 것)에 능하다. 스웨덴전에서 독일은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퇴장당하자 키미히를 중앙 수비수로 이동시켰다. 홍철과 김민우 중 누가 선발로 나올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측면 공격수들과 함께 키미히를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철은 “키미히는 절대 일대일로는 막을 수 없는 선수다. 같은 측면에 위치한 공격수와의 협력 수비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키미히의 적극적인 공격 전개는 한국이 공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키미히의 볼을 빼앗으면 독일의 측면 뒤 공간이 뚫리는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 멕시코가 1차전에서 독일을 1-0으로 꺾은 것도 이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키미히가 전진한 뒤 비어 있는 공간에 빠르게 침투한 왼쪽 측면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가 결승골을 뽑아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키미히는 오버래핑 후 윙어(측면 공격수)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그가 수비적인 역할을 못할 때 생기는 빈 공간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꼽히는 키미히는 예상 이적료만 7640만 유로(약 993억 원)에 달한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현재 키미히의 주급은 8만5000유로(약 1억1054만 원)다. 한 달을 4주로 보면 월급이 4억 원이 넘는다. 병장 홍철의 월급은 40만5700원, 일병 김민우는 33만1300원이다. 군 복무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월급만으로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하지만 “전쟁에 나간다는 심경으로 월드컵에 왔다”는 홍철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려면 독일을 꺾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스웨덴-멕시코전의 결과를 봐야 한다. 홍철은 “불가능은 없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1%의 희망을 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