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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수비 늪에 빠진 강호들

Posted June. 19, 2018 08:32,   

Updated June. 19, 20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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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월드컵 초반 11경기는 ‘최강국의 실종’으로 요약할 수 있다.

 18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브라질마저 스위스(6위)를 상대로 무승부에 그치면서 이날까지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를 마친 ‘톱5’는 모두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앞서 아르헨티나(5위)가 아이슬란드(22위)와 1-1 무승부에 그친 데 이어 이날 1위 독일 또한 멕시코(15위)에 덜미를 잡혔다. 4위 포르투갈 또한 스페인(10위)과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반 20분 상대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필리피 코치뉴(26·브라질)의 환상적인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브라질이 쉽게 승점 3점을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 남은 시간에 여러 번의 추가 골 기회를 날리면서 스위스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 4분 코너킥에 의한 슈테펜 주버의 헤딩골이 터지자 스위스는 수비를 자기 진영으로 바짝 내려 ‘승점 1점’ 챙기기에 집중했다.

 이후 브라질은 밀집 대형을 짠 스위스 중앙을 피해 양 측면을 공략했지만 평균 신장 183cm로 브라질(180cm)보다 3cm가 더 큰 스위스의 장대 수비에 막혀 더 이상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최종 스코어는 1-1. 직전까지 최근 네 번의 A매치(국가대표 경기)에서 연승 행진을 벌이던 브라질은 이날만큼은 ‘우승 후보국’다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브라질과 스위스의 이러한 경기 방식은 대회 초반 왜 축구 강국들이 고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력이 비슷한 포르투갈(4위)-스페인(10위)을 제외하면 ‘빅5’를 상대하는 팀들은 모두 자기 진영에 진을 치고 역습을 노리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 에이스를 막기 위한 거친 수비까지 가세하면서 이 같은 전술의 파괴력이 배가되고 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네이마르는 스위스전 단 한 경기에서만 10번의 파울을 당했다. 그를 전담하는 마크맨이 옐로카드를 받자 새로운 선수를 교체 투입해 또 거칠게 막는 방식을 썼다”며 “나머지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 독일과 멕시코전을 봐도 상대적 약 팀은 자기 페널티 박스 안에서 진을 친 채 내려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약 팀이 스위스나 아이슬란드처럼 평균 신장이 클 경우 세트피스에서, 멕시코처럼 발 빠른 공격수가 있으면 전광석화 같은 공격 한 방을 노리며 자기 진영에서 잔뜩 움츠린다는 분석이다. 이는 약 팀이 즐겨 쓰는 방식이긴 하지만 수비 정도와 골 결정력이 이번 대회에 들어와 높아졌다는 것이 김 위원의 해석이다. 물론 조별예선 통과보단 16강 이후에 초점을 두는 강팀들의 ‘컨디션 조절’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18일까지 치러진 11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최고 랭커는 7위인 프랑스(vs 호주)다. 하지만 이마저도 졸전 끝에 페널티킥과 상대 수비의 자책골에 힘입어 프랑스가 2-1 승리를 거둔 ‘진땀 승’이었다. 20일이면 본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 팀들이 나온다. 강호로 꼽혔던 국가들이 초반 부진했던 흐름을 끊을지가 관심사다.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