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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보여준 동영상 알고보니 ‘美NSC 작품’

김정은에 보여준 동영상 알고보니 ‘美NSC 작품’

Posted June. 14, 2018 08:36,   

Updated June. 14, 20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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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여주고 기자회견장에서도 공개한 ‘깜짝 동영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처음엔 ‘데스티니픽처스’가 제작했다고 밝혔다.

 4분이 약간 넘는 이 동영상은 고층빌딩과 첨단기술, 미사일과 전투기 장면 등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김정은이 결심하면 북한의 번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어와 영어 내레이션으로 제작됐으며 “새로운 세계가 오늘 시작될 수 있다. 우정, 신뢰, 선의가 있는 세계에 합류하라”고 권하는 부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회담 말미에 아이패드로 김 위원장과 일행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정말 좋아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미 캘리포니아주 데스티니픽처스 측에 e메일로 제작 경위를 묻자 마크 캐스탈도 창업자는 몇 분 만에 “우리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답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전 세계에서 수백 통의 전화와 e메일이 왔다. 미치겠다. 왜 내 회사 명의를 사용했는지 파악 중”이라는 글을 남겼다.

 제작사의 정체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백악관은 한참 후 NSC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이점과 평화롭고 번영한 한국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NSC에서 만든 동영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왜 데스티니픽처스에서 만들었다고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전 NSC 대변인은 영국 가디언에 “백악관이 말장난을 하기 위해 그 이름을 쓴 것 같다.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이 자신과 세계의 운명을 건 회담에 임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백악관이 ‘운명(데스티니)’이라는 회사 이름을 지어냈는데, 우연히 동명의 회사가 존재했다는 얘기다.

 한편 영상 중 한국 지도가 나오는 장면에서 ‘동해(East Sea)’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어 있었다. 백악관은 미국지명위원회(BGN)가 정한 대로 ‘일본해’ 명칭을 쓰고 있으며, 최근 동해를 병기해 달라는 한국 교민의 청원을 기각한 바 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